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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진화실패가 의성 산불 확산 원인, “대형 진화헬기 확충해야”

동시 산불로 헬기자원 부족, 조기진화 실패로 이어져

산불 초기 진화의 70%는 헬기가 차지

전문가들 “비용 들더라도 대형 헬기 확충해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지난 24일 경북 의성종합운동장에서 화재 진압 헬기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지난 24일 경북 의성종합운동장에서 화재 진압 헬기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이 확산한 주요 원인으로 초기 진화 실패문제가 거론된다. 산불진화 주력 장비인 헬기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헬기 구매 등에 비용이 크게 들더라도 산림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예산을 아끼지 말고 헬기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따르면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 헬기는 모두 50대다. 담수량 8000ℓ의 대형헬기인 S64 7대를 비롯해 담수량 3000ℓ의 KA-32(카모프) 29대, 2000ℓ의 KUH-1(수리온) 3대 등이다. 나머지 11대는 담수량 600~800ℓ의 소형이다.

주력 기종인 KA-32 헬기 중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을 교체하지 못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운용이 중단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 제재로 2022년부터 달러로 부품 계약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면서 “우리 외교부를 통해 거래를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했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산불진화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42대에 불과한데, 일정 비행시간 이후 정비를 받아야 해 전부가 활용되는 것도 아니다.

의성과 산청, 울주 등 대형산불 현장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청 헬기 외에 다목적소방헬기와 군 헬기도 투입되고 있으나 대부분 담수량이 1000~2000ℓ의 소형에 그친다. 군 수송헬기인 치누크는 담수량 1만ℓ의 물주머니를 달 수 있지만 군은 안전상의 이유로 절반 무게 정도만 든다.

인력과 차량 접근이 어려운 탓에 산불 진화의 7할은 헬기진화에 달렸다. 산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해 물을 뿌려야 불길의 확산을 막고, 강도를 낮출 수 있다.

25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지연제를 살포하며 산불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지연제를 살포하며 산불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처럼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산불 강도가 강하면 최소한 한 현장에 3~4대의 헬기가 출동해야 한다. 2023년 4월2일 35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는데, 현장마다 최소 3대의 헬기를 보낸다면 100대 정도는 되어야 감당할 수 있다. 지금의 산림청 헬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이다.

헬기 도입은 구매 계약 이후 3년 정도가 걸린다. 미리 확충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헬기 부족으로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된다.

지난해 야간 비행이 가능한 국산 헬기인 수리온을 도입하면서 약간의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현재 수리온 2대는 의성·산청 산불 진화에 투입됐고, 1대는 정비를 마치고 이날 혹은 27일 복귀할 예정이다. S64 헬기 중 5대는 의성에 있고, 제작사가 있는 미국에서 엔진을 정비 중인 2대는 각각 4월5일과 5월 중 복귀 예정이다.

산림청은 2022년 이후 매년 1대씩 담수량 1만ℓ인 치누크 헬기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치누크 헬기의 첫 투입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 지난해 추가 구매 계약을 마친 수리온도 2027년 배치된다. 이렇게 수리온과 치누크 등을 도입해 2027년까지 산불진화헬기 58대, 2035년까지 7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수리온의 대당 도입 가격은 약 330억원, S64는 505억, 치누크는 550억원 정도이다. 다목적 소방헬기의 연중 가동시간은 평균 250~300시간, 산림진화헬기는 100~150시간으로 알려졌다.

구매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고, 산불이 발생하지 않을 때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산불이 대형화, 연중화 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도입할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2022년에만 산불로 1조3463억원의 재산 피해를 봤는데, 이렇게 입는 피해보다 도입·운용 비용을 감내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내 산불 연간 발생 일수는 1990년대 연간 112일에서 2016년~2018년 사이 204일로 증가했다. 대형산불은 과거처럼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에 국한해 발생하지 않고, 내륙 지역에서도 빈발한다. 가을철 산불조심기간보다 5~6월에 많은 산불이 나는 등 연중화도 진행되고 있다. 대형산불에서 안전한 지역도, ‘비수기’도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의성 산불은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대형산불이 나면 공중진화 자원이 고갈되면서 초기 진압에 실패하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 “비수기에 운용을 못 해 비용 효율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한번 산불이 나면 그 피해는 훨씬 더 크다”면서 “산불의 연중화·대형화에 대비해야 하는데, 핵심은 3000ℓ 이상의 담수량을 가진 산불진화 전문 헬기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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