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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따로 없다” 주왕산국립공원도 산불 피해…추가 확산할까 조마조마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 내 대전사 경내에서 26일 오후 주지 법일스님(가운데)이 경북도 관계자 등에게 산불이 번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 내 대전사 경내에서 26일 오후 주지 법일스님(가운데)이 경북도 관계자 등에게 산불이 번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화탕지옥(火湯地獄)이 따로 없지···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워.”

26일 오후 2시쯤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 내에 자리잡은 ‘천년 사찰’인 대전사 주지 법일스님(72)이 주왕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들어 주왕산 장군봉과 기암단애 사이의 골짜기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쉴 새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현장에 나와있던 경북도 관계자 등은 “전날보다 연기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주왕산에서는 한때 시뻘건 불기둥이 관찰되기도 했다.

대전사 관계자들은 전날 사찰을 사수하기 위해 건물에 물을 뿌리면서 산불 현장을 지켜봤다. 당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산불이 절의 왼쪽 전방인 장군봉을 지나 오른쪽에 있던 골짜기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1시15분쯤 경북 청송군 주왕산의 장군봉(왼쪽)과 기암단애(오른쪽) 사이의 골짜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백경열 기자

26일 오후 1시15분쯤 경북 청송군 주왕산의 장군봉(왼쪽)과 기암단애(오른쪽) 사이의 골짜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백경열 기자

26일 오후 3시15분쯤 경북 청송군 주왕산의 장군봉(왼쪽)과 기암단애(오른쪽) 사이의 골짜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오후 들어 바람이 거세지면서 약 2시간 전보다 불이 확산한 모양새다. 백경열 기자

26일 오후 3시15분쯤 경북 청송군 주왕산의 장군봉(왼쪽)과 기암단애(오른쪽) 사이의 골짜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오후 들어 바람이 거세지면서 약 2시간 전보다 불이 확산한 모양새다. 백경열 기자

법일스님은 “바람이 강해지면 불길이 다시 되살아나서 절 뒤편의 소나무, 또 절까지 단숨에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성에서 난 불이 여기까지 올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지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화탕지옥은 엄청난 크기의 무쇠솥에서 끓여지는 형벌을 의미한다.

의성군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권을 삼키고 있는 산불은 결국 주왕산국립공원에도 상처를 냈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대전사는 보광전 등 문화재가 보관된 주왕산국립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지난 25일 오후 들어 주왕산 자락까지 접근한 산불은 절을 에워싼 채 시계 방향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주왕산 국립공원 인근에서 17년째 펜션을 운영하는 강민섭씨(65)는 “어제(25일) 오후 3시쯤 마을방송과 문자 등으로 대피령이 내려져 급히 자리를 피했다. 어제보다 불이 훨씬 산의 오른편으로 확산했다”면서 “지금 연기가 나는 곳은 깊은 골짜기라서 헬기만 진입할 수 있는데 진화가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번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26일 오후 대전사 인근에 불이 번질 것을 대비해 소방수를 뿌리고 있다. 백경열 기자

소방대원들이 26일 오후 대전사 인근에 불이 번질 것을 대비해 소방수를 뿌리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일촉즉발의 상황은 이틀째 계속되는 중이다. 이날 오후에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바람이 점점 거세지면서 불길은 대전사를 기준으로 더 오른쪽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주왕산 국립공원에 119산불특수대응단 50여명을 전담 투입했다. 대전사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절 주변 나무 등에 소방수를 뿌렸다.

현재 주왕산국립공원의 피해면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연기와 불길이 치솟다가 잠시 소강을 보이기를 반복 중이다. 산림당국은 주왕산의 명소인 주왕암·용추폭포·학소대 등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의 자랑이자 유네스코세계지질유산인 ‘주산지’도 아직 무사하다.

다만 오후 들어 주왕산 산불 헬기진화 작업이 이날 의성에서의 헬기 추락 사고로 지연되면서 관계자들 모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장에선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도 이어졌다. 경북남부 문화유산돌봄센터 등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대전사에서 ‘대전사 삼층석탑’과 ‘보광전’(보물 제1570호)에 방염포를 씌웠다. 앞서 주왕산 자락에 불길에 확인된 지난 25일에는 ‘청송대전사신중도’, ‘대전사보광전석조여래삼존상’ 등 6점도 안전한 장소로 이송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산불의 진행 방향과 확산 정도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대전사를 비롯해 주왕산 국립공원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경북남부 문화유산돌봄센터 관계자 등이 26일 오후 대전사 삼층석탑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백경열 기자

경북남부 문화유산돌봄센터 관계자 등이 26일 오후 대전사 삼층석탑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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