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해외 투자자, 미국 비중 90%
M7 변동성·레버리지 등 위험 추구
“40% 손실 땐 원금 회복 8년 걸려”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의 미국 기술주 투자 비중이 너무 높아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 진단이 나왔다.
한은은 미국 증시에서 40% 손실 이후 원금을 회복하려면 8년이 넘게 걸린다며 분산투자를 조언했다.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이 26일 한은 블로그에 올린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글을 보면, 지난해 말 해외주식 투자 잔액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15.6%로 2019년 말(4.4%)의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투자액도 1161억달러로 2019년(152억달러)의 8배가량으로 급증했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 쏠림 현상이 심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액 중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47%였으나 지난 18일 기준 90.4%로 높아졌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등 기술주와 나스닥·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구성된 투자 상위 10위 종목이 전체 투자액의 43.2%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7대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은 전체 투자잔액 중 35.3%를 차지할 정도다. 테슬라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TSLL 등 레버리지 ETF의 경우 국내 투자자 지분율이 40%를 넘기는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과도한 위험추구 성향도 보였다.
한은은 “이 같은 투자 성향은 미국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일 땐 긍정적인 투자 실적을 올리는 동력이 되지만, 부진할 땐 거주자 평균 및 지수 수익률보다 더 큰 손실을 입히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고 짚었다.
2021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등으로 미국 증시가 호조를 이루자 개인투자자는 2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거주자(금융기관 포함)의 수익률(13%)을 대폭 상회했다.
그러나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선 2022년 개인투자자들은 35.4%의 손실을 봤다. 전체 거주자의 평균 수익률(-19.2%)은 물론 S&P500 지수(-19.4%)의 두 배 가까운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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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한 해 동안 -40% 손실 이후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만회하려 할 때,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선 최소 8.6년(S&P500 연평균 수익률 6.1% 가정)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쌓아가기 위해선 M7 등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