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기업체나 지자체 등에서 종종 자녀교육과 입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청중이 누구냐에 따라 긴장도가 달라진다. 특히 대상이 실제 대입 업무를 다루는 대학 입학처 실무진이라면 긴장도는 최고조에 이른다.
최근 그분들로부터 어려운 강의 요청을 받았다. 그들이 고른 강의 주제는 ‘2028 대입에서 2027학년도 재수생과 재학생 간의 내신 동등화 문제’, 즉 내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였다. 2028 대입에서 재학생(현 고1)과 재수생(현 고2) 두 집단의 내신 등급 체계가 달라지는 상황이어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평가 방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1부터는 기존 9등급이었던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은 상위 10%까지, 2등급은 상위 24%까지 적용된다. 기존 9등급 체계에서 1등급 상위 4%, 2등급 상위 11%였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다. 내신 체계가 바뀌어도 학생부를 정성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내신 등급 위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다. 척도가 다르니 기준의 통일이 필요한데 아직 명쾌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수생을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무조건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니 대학과 고교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점차 대학 입학 인원이 줄어드니 대학은 수험생 친화적인 입학 요강을 제시해 지원율을 높여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입장에서 신입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을 간과할 수도 없다. 실제로 2028 대입에서 수능 변별력 약화를 염려하는 대학들이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2027 대입을 끝으로 소위 ‘선택형 수능’이 폐지되고, 2028 대입부터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를 풀게 되는 ‘공통 수능’이 치러지면서 수능 변별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학생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올해 고1부터는 고교 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학생은 당연히 자신의 대학 진학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 과목을 정할 것이다. 이때 대학에서 선택 과목 성적 반영을 정량적으로 반영할 경우 ‘원점수’ ‘석차 등급’ ‘성취도’를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맞춰 학생의 과목 선택, 고교의 교육과정 운영 방향도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이 문제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그것은 고2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입시가 이미 이런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등급 체계 변화마저 대학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대학과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이렇듯 2028 대입의 내신 평가 방법이 대학과 고교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최근 경희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가 공동 발표한 ‘2028 대입 제도 개편에 따른 대입전형 개선 연구’에 대학들의 고민이 집약돼 있다. 이에 따르면 현행 대학 입시의 근본적인 문제로 수능과 교육과정의 괴리 등 몇 가지를 꼽는다. 그 결과 주요대 정시모집 40% 제한 해제, 출신 고교 블라인드 평가의 폐지, 학생부 기재 양식의 변경 등 여러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 빠르게 나서줘야 한다. 앞서 예로 든 내신 동등화만 하더라도 교육부가 졸업생 집단의 9등급 체계 내신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서 재학생과 같도록 5등급 체계로 일괄 변환하는 방법도 있고, 통일된 기준으로 변환 기준표를 만들어 대학에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비록 졸업생과 재학생의 내신 체계 동등화를 예로 들었지만 그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더 큰 범위에서 교육부와 대학의 협력이 필요하다. 당장 교육부가 의대 정원 조정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어 여력이 없겠지만, 소수의 의대 지원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수험생을 위해 한시라도 빠르게 2028 대입에서 비롯될 난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