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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까지 삼킨 화마…‘천년고찰’ 고운사가 잿더미로

청송 주왕산국립공원도 상처

안동시, 하회마을에 대피문자

“화탕지옥(火湯地獄)이 따로 없지…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워.” 26일 오후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 있는 ‘천년사찰’ 대전사의 주지 법일 스님(72)은 주왕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광경을 보며 엄청난 무쇠솥에서 끓여지는 형벌 지옥을 떠올렸다.

이날 오후 들어 주왕산 장군봉과 기암단애 사이의 골짜기에서 희뿌연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의성군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권을 삼키고 있는 산불은 결국 주왕산국립공원에도 상처를 냈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대전사는 보광전 등 문화재가 있는 곳이다.

소방당국은 주왕산국립공원에 119산불특수대응단 50여명을 전담 투입했다. 대전사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절 주변 나무 등에 소방수를 뿌렸다. 산림당국은 주왕산의 명소인 주왕암·용추폭포·학소대, 유네스코 세계지질유산인 ‘주산지’도 아직 무사하다고 했다.

경북을 대표하는 또 다른 천년 사찰 고운사 전각 18채가 소실됐다. 이날 오후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에서 만난 이상복씨(84)는 불타버린 사찰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7월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는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가운루 주변에는 숯처럼 변해버린 나무 잔해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사찰 관계자들이 가운루를 화마에서 지키기 위해 사용한 소방호스도 잿더미에 파묻혀 녹아 있었다. 2020년 국가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건축물이 사라졌다. 무너진 범종각 사이에 범종은 살아남았지만 열기로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안동시 일직면에 사는 A씨(75)는 “어릴 때부터 왔던 곳인데 산불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대웅전에 남아 있던 불상에는 방염포가 꽁꽁 싸매져 있었다. 고운사는 불길이 닥치기 전인 지난 24일 대웅보전 석가모니후불탱화와 불상, 책, 현판 등을 조문국박물관과 영주 부석사 등으로 옮겼다.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청송 ‘만세루’도 완전히 타버렸다. 문화유산은 아니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안동 ‘만휴정’은 화마를 가까스로 피했다.

이날 오후 안동하회마을은 뿌연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5.4㎞까지 올라왔다. 병산서원은 2㎞까지 화선이 접근했다. 소방당국은 하회마을에 차량 19대와 인력 111명, 병산서원에는 차량 11대, 인력 45명을 배치하고 기와집 등에 연신 물을 뿌리며 산불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안동시는 이날 저녁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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