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다음달 3일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관세를 강행하고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까지 재확인하면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도 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관련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관세 부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과가 미국 자동차 산업 부활을 염두에 둔 포석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면서 “임기 동안 영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관세 부과 대상은 자동차와 경량트럭은 물론 엔진·변속기 등 핵심 부품을 아우른다. 포고문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는 4월3일 0시1분부터 부과된다. 부품의 경우 한 달 정도 늦은 5월3일 이전에 시행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수입차는 비미국산 요소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USMCA 적용 부품은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자동차 관세의 근거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 자동차 수입의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하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다. 포고문은 외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불공정한 보조금과 공격적인 산업정책” 때문이며, “수입산 자동차와 특정 자동차 부품이 제기하는 국가안보 위협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한국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체 대미 수출의 27%인 347억4400만달러(약 51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8900만달러)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특히 포고문은 트럼프 1기 “개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USMCA가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밝혀 한·미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집중 공격해온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4일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에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도 자동차 관세 부과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올라가면 자동차 업계는 물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이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이번 관세 부과가 “일본, 한국, 멕시코, 캐나다, 유럽 등 우리의 가까운 무역상대국 다수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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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품목별 관세는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에 이어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목재와 의약품에 대해서도 곧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4월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일부 국가나 품목에 면제를 줄 수 있다고 시사한 데서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는 “우리는 매우 공정하고 관대하게 할 것”이라면서 “많은 경우 우리의 관세는 수십년간 그들이 미국에 부과했던 것보다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발표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강력히 반발했다. 일본도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