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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뒤흔든 ‘시그널 게이트’…백악관 진화 시도에도 파문 계속

기자 초대 채팅방서 군사작전 논의

외교·안보 고위층이 군사 기밀을 민간 메신저로

정부 당국자가 직접 민간인 초대, 수일간 존재조차 몰라

백악관 “기밀 없었다” 해명 직후 기밀 담긴 전문 공개

케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그널 게이트에 관해 브리핑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케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그널 게이트에 관해 브리핑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기자가 초대된 민간 메신저에서 미국 고위 외교·안보라인이 군사 기밀 작전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 해명을 뒤집는 증거가 곧바로 나오면서 ‘기밀 유출은 없었다’는 주장이 군색해졌고 안보 수장들의 신뢰성 문제, 대화에서 거론된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등 사건 진상규명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미국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시그널 게이트 의혹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법률자문실, 그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 소속 팀이 조사한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머스크는 (채팅방에 초대된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의) 번호가 어떻게 채팅방에 실수로 추가됐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기술 전문가를 투입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초대로 메신저 시그널의 ‘후티 PC 소규모 그룹’ 채팅방에 지난 13일 들어가게 됐고, 이 대화방에서 지난 15일 미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에 관한 기밀 대화가 오간 사실이 애틀랜틱 보도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해당 채팅방에서 기밀 정보는 논의된 적 없다”는 입장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지 못한다”로 일축했고 정보 당국 책임자들도 “기밀 정보도, 전쟁 계획도 없었다”로 일관했다.

민간 메신저 시그널 애플리케이션과 미국 국가안보국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민간 메신저 시그널 애플리케이션과 미국 국가안보국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그러자 애틀랜틱은 앞서 공개하지 않았던 대화 전문을 이날 공개했다. 이 대화에는 구체적인 작전 시간과 공격 수단 등 공격 계획 관련한 중요 정보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215(12시15분) F-18 출격(1차 공격 패키지)” “1410(14시10분) 더 많은 F-18 출격(2차 공격 패키지)” 등 전투기 기종(F-18), 공격 여부 등을 시간대별로 채팅방에 전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후티 반군 미사일 책임자가 여자친구 거주지로 들어갔고, 그 건물이 붕괴했다고 하자 J D 밴스 부통령은 “훌륭하다(excellent)”라고 답했다.

전문 보도 후에도 백악관은 “기밀 정보·전쟁 계획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레빗 대변인은 “대화 맥락을 정책 논의라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애틀랜틱이 ‘기밀은 없었으며 전쟁 계획도 없었다면 전문을 공개해도 되는가’라 질의한 데 대해 레빗 대변인은 “기밀정보는 없었지만, 고위급 간부들의 사적인 논의로 민감한 정보가 다뤄졌다”며 “공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시그널 게이트는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총체적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외교·안보 고위층이 미군 공습이라는 핵심 기밀을 민간 메신저로 주고받았고, 정부 당국자가 직접 초대한 민간인이 포함돼 있었고, 군사 작전을 실행할 때까지 수일간 민간인이 대화를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 어처구니없는 유출에 여론이 들끓어도 백악관은 ‘기밀은 없었다’는 식으로 대응했고 이러한 해명 직후 이를 반박하는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메시지의 신뢰성이 추락했다. 누출된 정보가 악용됐다면, 작전 실패 나아가 인명 피해도 가능했을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백악관은 정면돌파 대신 ‘메신저 공격’을 택했다. 레빗 대변인은 “골드버그는 반트럼프 성향의 민주당원”이라며 “그의 아내도 민주당원이며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의 밑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미 상원 인준을 받아 임명됐고, 전투에 참여하며 명예롭게 봉사한 국방부 장관을 신뢰하나, 아니면 민주당원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선정적 기사를 쓰는 골드버그를 믿나”라고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은 못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전날까지 옹호했던 왈츠 보좌관에 대해 “그가 책임을 주장했다”며 “나는 항상 마이크(왈츠 보좌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입장 변화라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버그 편집장 전화번호를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왈츠 보좌관에게 비공개적으로 화를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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