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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 전쟁 방지가 대북정책 초점돼야”…한국 핵무장 시 중국 보복 가능성도

핵 전문가 앙킷 판다 인터뷰

한·미, 30년간의 대북접근서 달라져야

독자 핵무장 모든 문제 해결 못 해

글로벌 핵 파국 위험 커져

트럼프, 푸틴·시진핑과의 군축 대화 주목 가능성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보다 더 큰 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 조야의 대표적인 핵 전문가인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경향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높은 비용은 물론 한국의 안보 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위협감소’ 관점에서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 온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사용 및 한반도 충돌 방지’를 최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면서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다루되 단기적으로는 한·미가 대북 관여 의사를 보낼 것”을 제안했다. 다음달 저서 <A New Nuclear Age>(새로운 핵 시대) 출간을 앞둔 그를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실에서 만났다.

-책에서 글로벌 핵 전쟁 발발을 우려했다. 핵 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핵무기가 국제정치의 핵심으로 복귀했고, 지정학, 기술, 세계질서 변동, 미국의 달라진 동맹 접근 등으로 인해 핵 파국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게 책의 요지다. 지금 미국은 비확산 동맹의 가치를 의문시하는 것을 포함해 외교관계에 관한 오래된 접근을 다방면에서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핵억제에 대한 매우 중요한 보완 체계로서의 군축의 가치를 발견했다. 미·러가 2026년 2월 만료되는 신전략 무기감축 협정(뉴스타트)을 이행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한 안에 머물고 있다. 미·중, 인도·파키스탄 등 다른 영역에서도 군축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도 비확산 문제에서 억제와 군축의 문제로 옮겨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감소나 전략적 안정성을 논의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관여할 필요가 있다.”

-북핵이 비확산 영역을 넘어섰다는 의미인가. 대북 정책의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 개발을 한 유일한 나라이므로 여기에는 규범적 결과가 따른다. 하지만 정책은 상충관계에 관한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심각하게 다루고 북한의 핵 사용 및 한반도 핵전쟁 방지라는 첫번째 원칙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이 비확산 체제에 미칠 부정적인 결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트럼프의 ‘뉴클리어 파워’ 언급은 북한을 NPT체제 상 핵보유국으로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에 관한 발언이라고 본다. 한국 역시 북핵 역량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북한의 핵 사용을 가정한 군사연습을 한다. 동맹으로서 한·미의 국익은 지난 30년과는 다르게 북한을 대하는 데 있다고 본다. 비핵화는 장기적으로 열망하는 목표로 하되,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관여 의사를 보내 우리의 안보를 개선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북·미 대화 재개 전망은.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과 10월 실무협상 이후 미국과의 대화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통일 정책을 바꿨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밀착했다. 김정은은 자신이 충분히 강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기회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그들은 영원한 적이나 친구를 믿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가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등 북미 대화의 조건을 바꿀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화에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국방 현대화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올해 말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 군사협력을 강화한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가능성은.

“러시아는 대북 접근을 전환했다. 외교장관이 분명하게 비확산 시대는 저물었다고 했고, 세계 비확산 질서에 대한 관계나 한반도에 대한 정책도 바뀌었다. 탈냉전기 러시아는 남북한 사이 등거리 정책을 취했는데 이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협력 심화 의도보다는 북한과 장기적으로 보다 긴밀한 파트너십을 발전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 또는 항구적 평화에 이르더라도 북·러 관계는 증발하지 않고,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이 19일(현지시간)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이 19일(현지시간)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특파원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한국 패싱’ 불안을 고조시킨 측면이 있다.

“한국의 그러한 우려는 정당하다.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19세기식 국제정치 관점을 갖고 있다. 강대국, 핵무기가 있는 나라를 작은 나라, 심지어 수십년 된 동맹국들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단계에서 한국과 협의하고 또 한국과 완전히 보조를 맞춰서(lockstep)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이 대북 관여 시 한국의 안보 우려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한국 양당에서 독자 핵무장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에도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태도가 한국의 핵무장 지지 여론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면서 전 세계에서 핵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십년 간 미국이 유지한 가장 강력한 비확산 도구는 동맹 네트워크였다. 한국, 일본, 나토 등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의 근본 동기는 우호국을 포함해 핵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의 일을 쉽게 만들고 비용이 줄기 때문에 한국의 핵보유가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는 미국에 실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이 미국 우선주의 목표 달성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재발견해야 한다. 미국이 동맹에 돈을 지불하지만 그 대가로 얻는 것이 훨씬 많은, 미국에는 아주 좋은 딜이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냉전 종식과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서 나오는 경제통합과 번영의 이점을 중시하는 거대 전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질서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경제 번영은 여전히 한국의 이익이다. 따라서 한국은 핵무기 추구에 대한 미국의 찬반과 무관하게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에서 상당한 비용이 초래될 것이다. 중국이 2016~2017년 (사드 보복) 때와는 비할 수 없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다. 또한 핵무기는 재래식 전력의 취약성을 상쇄하기 위한 것인데, 한국은 북한에 대해 그렇지 않다. 핵무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가상화폐 해킹 등 북한과 같은 나라와 접한 데서 한국이 느끼는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높은 비용에다 한국인들이 해결하려는 안보 문제도 풀지 못한다.”

-트럼프 2기에서 미·러, 미·중 군축 대화 전망은.

“미·러 모두 군축 절차를 지속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특히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차이점과 별개로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군축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협의하기를 바라지만, 트럼프 2기 들어 동맹들은 매우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 중국이라는 핵 강국의 부상은 새로운 핵 시대의 가장 중요한 추동력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군축 대화에 참여시키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트럼프 역시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는 1980년대부터 자신이 비핵화라고 언급하는 군축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핵무기를 파괴적, 실존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위협 감소의 중요한 원천인 군축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강대국 간 핵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핵태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요한 논쟁이 됐다.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를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와, 미국은 현재 전력만으로도 동시에 여러 개의 핵을 보유한 적성국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맞섰다. 한편으로 냉전 때와 달리 미국 국가 방위 및 핵기반이 상당히 위축됐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군비경쟁 가능성에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의 핵무력 증강이나 러시아의 핵정책 변화에 자체 증강으로 대응할 경우 러·중의 반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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