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덜어낸 이재명, 이틀째 산불 현장으로

입력 2025.03.27 16:46

수정 2025.03.27 19:06

박용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경북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을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산불 피해가 극심한 경북 지역에 이틀째 머무르며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로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상황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산불로 전소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방문했다. 전날 법원 선고 직후 경북 안동의 이재민 대피소를 찾은 데 이어 이틀째 산불 피해 지역에 머물렀다.

이 대표는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 등과 함께 불탄 경내를 둘러보며 “사상 최악의 큰 재난”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고운사 측 관계자가 “복구 작업을 해야하는데, 안동이 대표님 고향이니 많이 신경써달라”고 하자 이 대표는 “걱정하지 않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천년 고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근 지역 사찰도 위험한 상태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화재 피해 축소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지역과 시설에 대해 (피해 복구) 예산을 걱정하지 않토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이런 시기에 쓰자고 세금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어 의성군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주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 대표는 피해주민들에게 “나라에서 상당기간 동안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책임질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달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닐테니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헬기를 몰고 작업을 진화하다가 숨진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은 뒤에는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 온 국민이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경북 청송과 영양도 차례로 방문해 이재민들을 만났다. 청송에서는 일부 주민이 ‘사진 촬영 다했으면 불을 끄러가라’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런 현장에서도 정치적 행위들이 벌어져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얼마나 다급하면 저럴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당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안동 일부 지역에서 이재민용 쉘터가 부족하다고 한다”며 “산불 피해 없는 호남 지역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에 쉘터(임시 거주시설) 여유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을 위한 ‘모듈주택’과 관련해서도 “당 차원에서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28일 대전에서 열리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서해 수호의 날은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피격,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정부기념일이다. 2022년 당 대표 취임 후 이 대표가 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다. 안보를 강조하며 중도보수로의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날 대표의 경북 일정을 두고 사실상의 ‘대선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기 대선의 핵심 난관이었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만큼,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친이재명(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제 이 대표의 몸가짐 하나하나에 지도자다움이 묻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당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투쟁과 별도로 이 대표는 이번같은 민생 행보를 이어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 의원들 역시도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이 대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신중한 행동과 언행으로 대권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민주당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