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고망간강 후판제품을 이송하는 모습. 포스코 제공
최근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저가 수입재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쿼터제를 폐지하면서 대미 철강수출 시장은 사실상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 규제 또한 철강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해 탄소 배출량에 따라 수입 철강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CBAM이 시행되면 EU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은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초격차 철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보호무역 장벽, 수입산 저가 공세, 환경 규제 부담이라는 삼중고 돌파에 나섰다. 포스코는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생산-운송-저장·판매-건설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인 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고망간강’과 이 소재를 세계 최초로 적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터미널’이 대표 사례다.
LNG는 영하 163도에서 약 600분의 1로 압축 및 액화해 선박으로 운반한다. 이에 LNG를 대량으로 운반하거나 저장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성과 함께 고강도와 내마모성 등의 특성이 요구된다.

후판공장 내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제품. 포스코 제공
앞서 포스코는 LNG 저장 및 운송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고강도, 내마모성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한 철강 소재다. 특히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기존 소재로 쓰이던 9% 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현재 LNG 저장 및 운송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LNG를 보관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LNG터미널 5, 6호기의 내조 탱크에 적용됐으며, 현재 공사 중인 7, 8호기에도 적용된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LNG추진선 그린아이리스호 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했으며, 2022년에는 세계 최초로 LNG연료탱크를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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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망간강 사용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장인화 회장의 기여가 컸다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장 회장은 2017년 포스코 부사장 재임 당시 광양 LNG터미널 5호기 건설이 확정됐을 무렵 고망간강을 LNG터미널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