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항소심 판결문 보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유죄가 나왔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경엔 5년 전 대법원에서 나온 이른바 ‘이재명 판례’가 있었다. 항소심에서 한 차례 변경했음에도 불명확하다는 평가를 받은 검찰의 공소장도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27일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가 전날 내놓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2020년 이 대표의 다른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판례를 근거로 이 대표의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국정감사 발언이 무죄로 인정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른바 ‘친형 강제 입원’ 의혹과 관련해 선거 중 거짓말한 혐의(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등으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이 나왔다. 이후 대법원이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했다. 그러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은 토론 주제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허위 발언을 한 것이 아닌 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많은 답변이 즉흥적으로 나오는 토론회 특성을 고려하면 불리한 사정이 없는 한 의견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감사와 토론회의 유사성은 직접적으로 따지지 않았다. 다만 백현동 발언이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 도중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쩔 수 없이’ (용도를) 변경한 것” 같은 표현은 특정 사실을 설명했다기보다 ‘타의에 의한 용도 변경이었다’는 의견을 압축적으로 말하다 나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이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의견 표명’인지 불분명하다면 ‘이재명 판례’ 등을 참고해 “주관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에서 유죄였던 ‘골프 발언’이 무죄로 바뀐 데에는 검찰의 공소장 정리가 부족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관련해 검찰에 “이 대표의 허위발언이 무엇인지 특정해달라”며 공소사실을 재정리하라고 주문했다. 검찰은 ①성남시장 때 김 전 처장을 몰랐다 ②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 ③경기지사가 된 후에야 김 전 처장을 알았다 등으로 분류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12월27일 KBS에 출연해 한 발언 중 일부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방송에서 ‘골프’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나의 발언이 세 가지 공소사실에 중복해서 나오기도 했다. “저는 실제로 기억이 없어요, 그 사람”이란 발언이 공소사실 ①②③에 모두 등장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동일한 발언을 두고 서로 다른 세 가지 의미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