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품이 62% 달해
러·우 전쟁 후 부품 공급 차질
미국 임차는 LA 산불로 막혀
산불 진화 헬기 부족 문제가 윤석열 정부 초부터 꾸준히 국회에서 지적됐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헬기의 주축인 러시아제 헬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 부품 확보 어려움의 우려가 나왔지만 대응하지 못해 현재 8대가 멈춰선 상태다. 미국에서 헬기를 임차하는 방안도 미국에서 LA 산불로 해외 반출이 금지되며 무산됐다.
경향신문이 27일 국회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일주일째인 2022년 5월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림청 헬기 62%가 러시아 제품”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를 봤을 때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남성현 당시 산림청장은 “(수입국을) 인위적으로 다변화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2023년 2월20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의 산불 진화 헬기) 제조사가 (러·우 전쟁에 따른) 제재 대상에 등재돼 (부품 공급이) 안 된다. 미국의 특별 허가를 받겠다는데 빨리 성과를 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미국에 헬기 부품을 제재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8월2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그전에도 부품 공급상의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 대응이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헬기 부품 수급 문제는 이후 현실화했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50대다. 산불 진화 주력 기종인 KA-32 카모프(3000ℓ급) 헬기가 29대인데, 현재 8대가 가동중지 상태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헬기 추가 도입 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아 지적받기도 했다. 주 의원은 지난해 10월16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국회에서 올려 달라’고 무책임한 답변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대형 산불 진화 헬기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헬기 부족 문제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미국에서 임차하려던 계획이 LA 산불에 따른 미국 정부의 반출 금지령으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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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역시 노후 헬기 교체를 위한 입법 등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기령(사용 연수) 20년을 초과한 헬기가 33대, 30년 이상 된 헬기가 12대에 달해 추가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1대 국회에서 노후 헬기 교체 지원 및 산불 진화 헬기 장비 확보 계획 수립을 골자로 하는 산림보호법(김승남 민주당 의원), 산불 진화 헬기 기령 제한을 골자로 하는 동법 개정안(설훈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