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25% ‘관세 폭탄’

현대차, 최대 70만대 영향권
한국지엠, 41만대 미국 의존
국내 영세 부품업체들 ‘벼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의 ‘역대급’ 대미 투자 계획 발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투하된 ‘관세폭탄’으로 일부 업체는 생존이 위태롭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1위 제품이다. 또한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약 51조원)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달러)의 거의 절반(49.1%)을 차지했다.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 일본에 이어 대미 자동차 수출국 3위에 올랐다.
25% 관세에다 다음달 2일 발표될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입지는 가격 경쟁력에서 현지산 제품보다 약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미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개최하는 등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더해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전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170만8293대)의 64% 정도는 국내 공장과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 물량이어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 규모는 101만5005대다. 현대차가 63만7638대, 기아가 37만7367대를 미국 시장에 팔았다.
목표대로 향후 미국 내 세 공장을 합해 연산 120만대 규모로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더라도 한국 등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50만~70만대는 여전히 관세 대상으로 남는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지엠이나 영세한 자동차 부품업체들로선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GM의 해외 생산기지 역할을 맡은 한국지엠은 지난해 생산 물량(49만4072대)의 84.8%인 41만8782대가 미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향후 일본 등 경쟁국 브랜드들이 관세를 면제·유예받을 경우 한국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심화할 수 있다. 이에 현지 투자 강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하며 민관이 힘을 합쳐 대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저희가 (210억달러 현지 투자를) 발표한 것은 한 개 기업이기 때문에 관세에는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