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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역에 시위 확산…하마스 통제력 시험대 올라

입력 2025.03.27 21:19

하루 만에 수천명 인파 참여

대원, 진압 중 폭행당하기도

하마스, 라이벌 ‘파타’에 화살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7개월 가까이 포성이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며 하마스의 통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시작된 시위는 하루 만에 중부 데이르알발라, 남부 칸유니스까지 확산됐다. 시위 참여 인파도 수천명 규모로 늘어났다. 이들은 폐허가 된 거리에서 “하마스는 나가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열린 최대 규모 시위로, 이곳을 통치하는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 시위 참가자는 “사람들이 지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하는 자발적인 시위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주민들의 분노를 존중한다면서도 하마스의 정치적 라이벌인 파타와 이스라엘이 시위를 조직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바셈 나임은 “모든 팔레스타인인은 고통 속에서 절규하고 침략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권리가 있다”면서도 “의심스러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가자의 비극적인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후 비교적 잠잠했던 하마스와 파타 간 해묵은 정치 갈등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이끌고 있는 파타는 하마스를 향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부름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세속주의 성향의 파타는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대패한 뒤 이듬해 가자지구에서 축출돼 현재는 그 세력이 서안지구에 그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분출한 ‘하마스 퇴진’ 여론에 이스라엘은 반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하마스를 퇴출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주민들을 향해 “하마스를 가자에서 쫓아내고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하라”며 “이것이 전쟁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시위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공격한 것이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8일 두 달여간 지속된 휴전을 깨고 공격을 재개했고, 가자 전역에 또다시 대규모 대피령을 내리면서 주민들의 공포와 피로감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제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악한 경제 상황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시위를 강하게 제압했던 2019년과 달리, 가자 전역으로 시위가 번지는 와중에도 하마스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날 베이트라히야에선 사복을 입은 하마스 대원이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분노한 군중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분석가인 아크람 아탈라는 “하마스는 전쟁 전 대중의 반대를 억눌러 왔지만, 이번 시위가 힘을 얻더라도 이를 진압할 방법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파괴적인 군사 공세에 직면해 있으며 시위대를 탄압할 힘이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2023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후 하마스 지지율이 급등하는 등 전쟁 초반엔 여론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가자지구가 폐허로 변하며 하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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