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려던 국민의힘 조기 대선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이 대표 대세론이 형성돼 본선 승리 가능성이 옅어질 경우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내부 결집에 무게가 실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도 확장성을 내세우려는 주자 측은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27일 국민의힘은 전날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의힘 다수는 1심(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보다 형량이 줄더라도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당선무효형이 나오면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압박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열리는 조기 대선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려던 국민의힘의 전략은 무위로 돌아갔다.
여당 내에선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약화하면서 조기 대선시 국민의힘 당내 경선 구도도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우리가 이재명을 이길만 하겠다 싶을 때 당원들이 윤 대통령은 잊고 누가 중도 확장성이 있을지 전략적인 선택을 할텐데, 어차피 이기기 어렵다 생각되면 탄핵 반대를 위해 함께 싸웠던 후보,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수 당원들이 이 대표 판결에 열 받았는데 대통령 탄핵 인용까지 되면, ‘우리가 똘똘 뭉쳐 이재명을 꺾자’는 격앙된 분위기에서 경선이 치러질 것”이라며 “만약 헌법재판관 ‘6대2’로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에너지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한동훈 전 대표처럼 중도 확장성에 장점이 있는 탄핵소추 찬성파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 친윤 주자가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분석을 하는 인사들도 친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솔직히 조기 대선을 이기긴 더 어려워졌고, 많은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가 더 강해져서 대선 국면이 되면 윤 대통령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보수 지지층 사이에 왜 쓸데없이 계엄을 해서 이재명에게 정권을 상납하냐고 윤 대통령에 대한 원망이 강해지고 있다”며 “당원들은 탄핵 인용 후 며칠이 지나면 분노를 가라앉히고 누가 이재명을 이길 지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