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복귀 의대생의 ‘제적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를 ‘방관’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의대생들의 복귀 마감 시한으로 정한 3월 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의협은 “학생들이 결정하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계의 ‘단일대오’ 투쟁을 이끈 의협이 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에선 ‘독립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미등록이니 뭐니, 의과대학 학생들의 투쟁 방향성에 대해 의협이 언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의대생들을 향해 “강의실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는 서한을 보낸 것을 언급하며 해당 문제가 정부와 의대생 사이의 문제인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의협이 이날 밝힌 입장은 지난 20일 “의대생 각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반면, 의대생들이 마주한 상황은 급변하며 혼란이 커졌다. 각 대학이 예고한 의대생 등록 마감 일자가 속속 다가오며 사실상 ‘동맹 휴학’이 깨졌다. 지난 21일 등록을 마감한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생들이 7~80%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고, 28일 기준 서울대는 군 휴학자 등을 제외한 등록 대상자 전원이 복귀했다. 울산대 역시 의대생 전원이 복학 신청을 하기로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제적 대상이 된 학생들도 복학 의사를 밝히면서 31일까지 추가 등록을 허용할 방침이다.

서울대 의과대학생의 등록 마감일인 지난 27일 서울대 의대 모습. 연합뉴스
일부 대학 의대생들이 복귀한다는 것은 반대로 미복귀자에 대한 ‘제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실제 제적이 된다면 파업, 태업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역시 현실화할지 미지수다. ‘단 한 명 혹은 소수만 제적돼도 파업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협은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 휴학’ 단일대오가 깨진 상황에서 소수만 미등록 상태로 남는다면 구제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의협의 침묵을 두고 ‘의과대학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28일 “의협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역시 지난 24일 “의협은 남 탓하지 말고, 현재의 위기에 대해 ‘내가 당사자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태도로 의대생을 도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방법이) 없으면 없다고 하고, 더 이상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의협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은 의협 내부에서 만든 ‘혼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직 주저앉을 때가 아니다”라며 “상대의 칼끝은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 등록 후 수업 거부를 하면 제적에서 자유로운 건 맞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저쪽이 원하는 건 결국 굴종 아닌가. 죽거나 살거나 선택지는 둘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입장 없다”는 의협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의협이 학생들에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라고 왜 안 하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그랬을 경우 의협이 학생들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대학생은 어린아이가 아니고 본인들이 결정을 할 수 있는 지성인이라고 생각한다. 의협은 계속해서 그들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