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광장의 울림을 시민의 언어로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광장의 울림을 시민의 언어로

지난주 금요일 열린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토론회는 광장 밖에 있던 청년 시민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탄핵 이후 시민들과의 소통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인터뷰 참여 청년 중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계엄 정국에서 벌어진 ‘줄탄핵’이라는 방식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극우주의 세력의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인데도 인터뷰어의 “안심했다”는 소회는 현재 시국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론에 참여한 서복경(현대정치연구소)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폭력과 차별을 당연시하는 ‘극단(extreme) 우파’와, 계엄령에는 비판적이지만 이후 정치적 대응에 대해 다른 입장이 확고한 ‘급진(radical) 우파’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단 보수 성향의 청년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침묵과 무능한 정치권에 실망해 시국 전반에 회의감을 품고 있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으로만 응원을 보내는 청년들도 상당수다.

극우주의자는 사실상 대화를 거부한다. 혐오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대상만을 일방적으로 지목할 뿐, 근거를 제시하거나 반응을 듣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문제는 대화 가능한 사람들조차도 이러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청년들에게 특정 대상이나 사상을 부정하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는 깊이 있는 사고나 경험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말’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였다. 그러나 맥락과 원인을 차근차근 짚으며 대화를 이어가자 충분히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이 시국이 끝난 뒤 시민들에게 어떤 기억과 메시지를 남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광우병 촛불 집회를 떠올리는 청년 중 일부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보다는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 논쟁만을 기억하며, 이후 시민사회에 대한 냉소가 생겼다. 박근혜 탄핵 이후 출범한 이른바 촛불정권의 모습은 또 다른 청년에게는 ‘결국 저쪽도 똑같다’는 회의감만을 남기기도 했다.

극우주의의 확산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강렬한 메시지는 대중 사이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다. 단지 청자에 불과했던 청년이 어느새 극우의 언어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들과 어떤 언어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계엄령 선포 당시의 불안과 위협, 공포를 극복하고 국가를 지켜냈다는 시민의 자긍심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연대의 목소리까지. 우리에게는 소중한 공통의 기억이 있다. 헌재의 시간이 끝난다면, 다음은 시민의 시간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시민의 언어로 다듬고, 이제는 광장 밖으로 향해야 할 때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