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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활엽수·헬기 시급, 2년 전 ‘산불 백서’에 다 있었다

입력 2025.03.31 19:44

수정 2025.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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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일대 11곳에서 열흘간 번진 영남 산불이 30일 꺼졌다. 서울 면적의 80%에 이르는 4만8236㏊를 태우고 사상자 75명(사망자 30명)을 낳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고온 건조한 날씨와 불씨 품은 강풍, 초기 진화를 못한 행정 난맥상이 겹쳐진 국가 재난이었다.

영남 산불은 이 국토에 뼈아픈 교훈과 숙제를 또 던졌다. 봄 산불이 빈발하고 대형화됨에도 예방·대응 체계는 속수무책이었다. 산림청이 2023년에 펴낸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 백서’에 진화헬기·활엽수·임도·진화인력 문제가 망라됐지만, 2년째 달라진 건 없었다.

백서는 “대형화되고 동시다발화되는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대형급 위주(5000ℓ 이상)의 산불 진화헬기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헬기는 2023년 기준으로 동시다발 산불(하루 34건) 대비 건당 최소 2대 이상, 12개 산림항공권역당 대형 헬기 2대 이상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헬기는 아직도 50대에 그치고, 최소 24대까지 늘리려 한 담수 용량 8000ℓ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주력 기종인 러시아산 3000ℓ급 카모프 헬기 29대 중 8대는 부품 수급 문제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백서 발간 후 담수 용량 2000ℓ의 중형 헬기 2대를 더 들여온 게 전부다. 백서 따로 행정 따로였다.

인력 문제도 제자리걸음이다. 백서는 당시 539명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전문 진화인력을 2027년까지 2500명으로 늘려 지자체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2년간 특수인력은 한 명도 늘지 않았다. 부족한 인력은 6개월 단위로 고용되는 고령의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메웠다. 진화 인력·장비의 신속한 현장 도착을 위해 제시된 임도 확충도 큰 진전이 없다. 봄 산불과 여름 홍수·산사태 문제가 엉켜 제대로 된 임도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위주 산림구조 개선 작업도 더디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9년 ‘강원 동해안 산불 백서’에서 “발생 초기에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재난문자를 발송했으나 대피장소가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 해놓고도 6년 뒤 똑같은 혼란과 인명 피해가 반복됐다.

기후변화로 봄 대형 산불은 상시화됐다. 하지만, 불날 때만 시끌벅적하고 꺼지면 잊는 ‘냄비 행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많은 백서가 왜 이번에도 오작동하고 준비가 겉돌았는지 정밀하게 평가하고 반성해야 한다. 진화·대피 매뉴얼도, 장비·인프라도, 관련 예산도 백지 위에 과감히 새 틀을 세워야 한다. 또 한번 쓸 영남 산불 백서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주민이 30일 피해조사를 나온 안동시 공무원들에게 이번 산불로 입은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주민이 30일 피해조사를 나온 안동시 공무원들에게 이번 산불로 입은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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