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 지침 배포 파장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 명시
유사시 동원 가능성 등 우려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우선시하고 동맹국에 국방비 지출을 압박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가능성 등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거나 확인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의 가장 큰 역할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고 그것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3월 중순쯤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을 국방부 내부에 배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침에는 미 국방부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여타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고, 유럽·중동·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이 러시아·북한·이란의 위협 억제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이를 위해 동맹국이 국방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침은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다른 잠재적 위협보다 우선시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했다.
이번 지침에는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는 등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주한미군을 운용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지명자는 한국의 자체 방위능력을 강화해 북한에 대한 일차적 대응을 맡기고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대만 유사시 북한이 재래식 전쟁을 일으키면 그건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며 “콜비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 시점으로 설정한 2027년을 목표로 주한미군의 역할 재편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의 역할을 중국 견제용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향후 북·미관계가 주한미군 역할 변경의 고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관계가 안정화된다면 미국이 주한미군의 공군 전력 정도를 대만에 차출해도 위험 부담이 적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