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에서 경찰이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폭우·폭염·폭설 등 기후 재난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발표됐다. 농작물과 가축 피해 규모도 커졌다.
기상청 등 관계부처가 1일 펴낸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여름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는 총 6명으로 집계됐다. 여름철 강수의 약 80%가 장마철에 집중되면서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 지역 전체가 침수되고 사람들이 휩쓸려 내려갔다.
7월에는 충남 서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면서 잔해물과 함께 휩쓸린 70대, 금산군 주택에서 산사태로 매몰된 60대 등 2명이 숨졌다. 논산에서는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면서 승강기에 타고 있던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대구에서는 60대 남성이 물살에 휩쓸린 뒤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경산에서는 택배 배달을 하던 40대 여성이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집 산비탈이 무너져 내려 흙더미에 깔려 숨지거나 저수지가 붕괴한 뒤 실종된 이도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이 이틀째 이어진 폭설에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더위가 지속하면서 여름 온열질환자도 3704명으로 전년 대비 31.4% 증가했다. 온열질환자로 인한 사망자는 34명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열사병이 94.1%로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이 실외에서 사망했다. 광주에서는 급식실에 에어컨 설치를 하던 한 2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광주, 창원 등에서 밭일을 하던 노년층 여성들이 사망했다.
11월엔 때 이른 폭설이 내렸다. 물기를 머금어 무거운 ‘습설’이 쏟아져 시설물이 붕괴하거나 나무 등이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대설로 인한 인명 피해는 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단독주택 인근에서 갑자기 나무가 쓰러지면서 집 앞에서 눈을 치우던 60대가 별세했다. 충북 음성에서도 70대 남성이 가정집 간이창고 잔해에 깔려 숨졌다. 경기 안성에 있던 자동차 공장에서는 지붕이 무너져 직원이 사망했다.
농업은 한 해 내내 피해를 봤다. 1~2월의 대설·한파와 일조량 부족, 5월의 우박, 여름철 이상 고온과 장마철 폭우, 11월 대설 등 종 잡을 수 없는 날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연초에는 일조량이 크게 감소해 마늘, 멜론, 딸기 등 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봄에 반복된 저온과 고온으로 매실, 양파 등의 생육이 불량해졌으며 우박은 사과, 배, 키위, 고추 등의 흉작 원인이 됐다.
여름철 집중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9450㏊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 이때 폐사한 가축도 102만2000천마리에 달한다. 폭염으로는 인삼, 레드향, 단호박 등 3447㏊ 규모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상고온으로 벼멸구가 창궐해 1만7732㏊의 논에서 기르던 벼들이 고사했다.
10월 초까지 해수 온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수산업 피해도 컸다. 여름 해수온도 전년 대비 2~3도 높게 나타났다. 넙치, 전복, 멍게, 굴 등의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하면서 발생한 피해는 14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피해액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해안가에서는 해파리가 대량 출현하면서 전년도 744건이었던 해파리 쏘임사고가 4224건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