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주 쉬운 얘기다. 여러분이 친구와 식당 동업을 하기로 했다고 생각해 보자. 친구가 3000만원을 내서 30%의 주주로서 직접 경영을 하고, 여러분이 7000만원을 내서 70% 주주가 됐다.
1년이 지나 식당이 너무 잘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배당을 주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이익이 많긴 했는데, 3000만원만 더 투자해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여러분은 무엇을 가장 먼저 물어볼 것인가? 아마도 ‘왜? 어디에다 쓰려고?’라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친구가 내년에 어디엔가 2호점을 내겠다는 둥,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둥,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신메뉴 개발을 위해 써야 한다는 둥 우물쭈물 중언부언한다면 여러분은 3000만원을 선뜻 낼 수 있을까?
게다가 알아보니 친구가 지난달 1년 동안 번 이익의 대부분을 친구의 아내가 경영하는 식자재 회사의 주식을 사는 데 써버렸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까? 3000만원을 받아서 어디에 쓸지 더욱 구체적으로 듣고 검증해 보고 싶지 않을까?
큰 상장회사의 유상증자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다.
주주에게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받으려면 그만큼 구체적이고 진실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선언적 명제를 말하지 않더라도 주주는 회사가 돈을 벌어야 이익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회사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미 누구든 주식을 사고팔 수 있고 그 대부분은 기업과 투자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인 공개회사(public company)이기 때문에 훨씬 더 구체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비상장회사도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한 명의 투자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짜고 설명 자료를 만드는 데 밤을 새우는데, 상장회사는 그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자본시장에는 이런 실무와 문화가 너무나 부족하다. 설득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알 듯 말 듯 추상적이고 아리송한 계획과 어려운 전문용어로 점철된 증권신고서가 별다른 문제 없이 시장에 배포되고, 증자를 성공시켜야 하는 증권회사들은 회사의 계획을 검증하기는커녕 회사보다 더 열심히 증자를 홍보한다.
마지막 보루로 실제로 그런 돈이 필요한 것인지, 계획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지, 주주에게 추가 투자를 요청하기 전에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등 깐깐하게 사업계획을 검증하고 일반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 감독 당국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대규모 유상증자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당장 필요한 돈도 아니고 앞으로 몇년 동안 쓸 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24년 4분기 이익만 2조원이 넘고 이미 가진 현금성 자산이 3조원이 넘으며, 수주 잔액도 32조원 넘게 쌓여 있다.
게다가 한 달여 전에는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에 1조3000억원을 지불했다. 이미 자회사이자 계열회사인 한화오션의 주식을 굳이 더 사오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3조6000억원을 주주로부터 신규 투자받겠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서 주주는 물론 자본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누구든 이렇게 물어볼 권리가 있다. “왜? 어디에다 쓰려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감독당국이 끝까지 집요하게 묻고 검증해야 할 것이다.
감독당국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는 일반 투자자 보호이니 말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