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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달 28일 화마가 마을 전체를 휩쓸고 간 경북 안동의 한 산골짜기 마을에 여전히 매캐한 연기가 차 있었다.

이마저도 구조한 동물들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정씨는 "보호자는 대피소로 들어가고 반려동물은 쉼터로 분리돼서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는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반려동물 정책을 꾸리지만 결국 이런 상황에서 동물은 사실상 버리고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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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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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동물들도 고통 느끼는 존재”···산불 현장에서 동물 구조한 사람들

입력 2025.04.02 06:00

수정 2025.04.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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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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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지난달 28일 화마가 마을 전체를 휩쓸고 간 경북 안동의 한 산골짜기 마을에 여전히 매캐한 연기가 차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정진아씨는 짧은 목줄에 묶인 채 밭은 숨을 내쉬며 꼬리를 흔드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정씨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지난달 22일부터 정씨를 비롯한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20명이 동물 구조를 위해 산청·의성·영덕·안동 등 영남지역 산불 피해 지역으로 향했다. 이들은 일단 대피소 주변을 돌며 불길에 도망치지 못한 동물의 수를 파악했다. 이후 화재 현장에서 화상 등을 입거나 외상이 없더라도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동물 20마리 이상을 구조했다. 구조엔 동물 종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정씨를 만나 당시 얘기를 들었다.

경북 청송 산불 현장에서 죽은 새끼를 품은 채 발견된 어미 개.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북 청송 산불 현장에서 죽은 새끼를 품은 채 발견된 어미 개. 동물자유연대 제공

산불 발생 뒤 곧바로 현장에 간 활동가들은 대피소마다 전단을 돌려 실종되거나 구조되지 못한 동물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죽은 경우가 많았다. 후발대로 투입된 정씨는 종도, 형체도 알 수 없이 타버린 동물들의 사체를 수습했다. 대피하지 못해 ‘뜬장(개 농장에서 배설물 처리가 쉽도록 땅 위에 떠 있게 만든 개집)’에서 굶주리고 있던 개들도 꺼냈다.

정씨는 “우리가 구조해 살아남은 동물들도 마냥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불을 피해 집 밖으로, 마을 밖으로 도망간 동물들은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운 좋게 발견하더라도 인근에 동물 병원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기도 했다.

정씨는 “불길 속에서 다른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살아남은 동물들 역시 정신적 외상을 겪는다”고 했다. 그가 보여 준 사진 속에는 화마에 온몸이 검게 그을린 흑염소의 사체 앞을 떠나지 못하는 흑염소 세 마리가 있었다. 그는 “동물들은 눈빛과 행동으로 두려움을 말한다”며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동물은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 산불 대피소 인근에 반려동물을 위한 임시 쉼터를 설치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 산불 대피소 인근에 반려동물을 위한 임시 쉼터를 설치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급박한 재난 현장에서 동물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다행히 보호자(주인)와 함께 탈출하더라도 동물에게까지 머물 장소가 제공되지 않는다. 정씨는 “정부는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집에서 가까운 대피시설을 알아보라’고만 안내한다”며 “그러나 대피소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봉사용 동물을 제외한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된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대피소 바로 옆에 반려동물 임시 쉼터를 설치했다. 이마저도 구조한 동물들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정씨는 “보호자는 대피소로 들어가고 반려동물은 쉼터로 분리돼서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는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반려동물 정책을 꾸리지만 결국 이런 상황에서 동물은 사실상 버리고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처지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소·돼지 등 농장 동물과 야생동물은 함께 대피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없다. 정씨는 “농장 동물의 피해는 사후 집계되지만 이는 농민들의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이지 동물 생명을 보호하려는 노력과는 무관하다”며 “멸종위기종을 제외한 야생동물의 피해 규모도 추산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씨는 현재의 ‘동물 없는 재난 대응 체계’가 결국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는 “현 상황은 인간이 동물의 생명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동물의 생명이 인간과 똑같이 소중하다는 공감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들의 생명을 고려하는 ‘재난 시 동물 보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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