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연구진, ‘네이처 기후변화’ 발표
산림 확대 영향으로 농경지 12% 감소
“탄소 감축 이어가며 농업기술 공유해야”

미국 아이다호주의 한 밀밭.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한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이 2일 내놓았다. 미국 농무부 제공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산림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이 금세기 말까지 12% 줄어들 수 있다는 한국과 중국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이 정도 감소 폭은 인류에게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면서도 식량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진보된 농산물 생산 기술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전해원 카이스트(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와 페이차오 가오 중국 베이징사범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이 전 세계에서 농경지가 대폭 축소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
국제사회는 2015년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의 핵심은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9세기 후반 산업화 대비 1.5도 이하로 묶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각국은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해 지표면에서 산림을 확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산림 확대가 농경지 축소로 이어지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 토지를 5㎢ 단위로 잘게 나눴다. 그러고는 2100년까지 예측되는 토지 형태의 변화를 컴퓨터로 산출했다. 그러자 전 세계 농경지가 지금보다 12.8% 줄어든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미는 24%나 감소해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농경지 감소 영향으로 인해 주요 농업 국가의 농산물 수출 능력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은 25%, 미국은 10%, 아르헨티나는 4% 감소했다. 특히 농경지 감소분의 81%는 개발도상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개도국은 지금도 식량이 부족하다.
전 교수는 “탄소 중립을 이루면서도 식량 안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곡물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보급될 필요가 있다”며 “같은 면적의 농경지에서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