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산불 희생자에 대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던 정치권에서도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자는 자제의 목소리가 2일 나왔다. 사회 불안을 가중하는 추측성 전망 대신 오는 4일 나올 헌재 결정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 설치한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최고의, 최후의 보루가 바로 헌재”라며 “헌재가 헌법의 이념과 가치, 국민이 부여한 책임, 역사적 사명 의식을 가지고 합당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국민과 함께 기대하며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헌재 선고일까지 천막당사 회의, 조별 철야농성, 시민사회 집회 참석 등 기존의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겉으로는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총력전을 펼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발언 수위 자제를 요청하는 등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전날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매우 민감한 시기다. 헌재 선고일까지 SNS에서나 언론 인터뷰에서 각별히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을 해달라”고 공지했다. 헌재의 선고일 미지정 상황이 장기화하며 조금씩 거칠어진 의원들 메시지에 수위 조절을 당부한 것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일각에서 나온 ‘탄핵심판 기각 혹은 각하 시 불복 선언을 하자’는 주장을 두고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헌재 결정은) 종국적이고 불복의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도 “당 안팎에 5대3 기각설이 돌 때 초선, 재선 의원들이 한 (자극적인) 말들로 국민 불안이 컸다”며 “선고일이 임박한 만큼 당 차원에서 단결된 신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지금과 선고 당일은 말 하나가 일파만파 퍼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외부 활동 자제를 당부하며 차분하게 선고 결과를 지켜보자는 반응이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들에게 “엄중한 정국 상황을 감안해 금주간 비상대기를 요청한다”며 “국회 원거리 활동은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차분하게 헌재의 심판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라며 “민주당은 어떤 결정이든 승복하겠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라는 내용의 서한과 함께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탄핵심판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책을 전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일부 의원들의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온다면 국민적 저항에 따를 것이고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성숙한 우리 민심과 대한민국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 정치 행태”라며 “선고를 앞두고 여건, 야건 예의를 갖춰 결과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도 기자와 만나 “인용이든, 기각이든 주장해봤자 헌재가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존중하고 어떤 결론이 나오든 승복하는 게 삼권분립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