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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댓불

[임의진의 시골편지]도댓불

옛날 뱃사람들은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별자리를 익혔어. 모터를 단 통통배도 아니고, 돛에 한가득 바람을 받았지. 별자리를 따라서 물길을 저어가던 돛단배.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폭풍우에 휘말려 물고기 밥이 되고 말아.

제주말로 등댓불을 ‘도댓불’이라 하는데, 현무암을 쌓아 올린 도댓불 언덕에 불빛이 깜박깜박, 사랑하는 이의 무사 귀환을 반기는 한 점 불빛.

제주섬에 핏물 번지던 4·3 봄날, 마침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란 그림 이야기책을 공들여 읽었어. 책은 틀낭(산딸나무) 열매를 먹고 자란 제주도민들의 슬픈 기억을 들려주더군. 예수가 달려 죽은 십자가 나무도 틀낭나무를 베어다가 만든 형틀이라지. 부활절 절기가 들어 있는 사월이렷다. 책 속에 담긴 ‘무명천 할머니 편’은 ‘속솜하고(침묵하고) 살아온’ 할망과 하르방들 처절한 사연이었다. 서른다섯 살 때 총알이 턱을 관통했고, 평생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온 할망. 방마다 자물쇠를 잠그는 일에 집착했더란다. 죄 없는 할망을 평생 빨갱이라 부르던 치들이 여태도 편히 눈을 못 감게시리 방문을 탕탕 마구 두들겨 댄다.

와~ 동백꽃이 환장하게 피었네.

서울 가는 길에 지인들 생각이 나 몇 가지 꺾어 들고 갔다. 기차와 지하철에서 꽃을 들고 섰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행운인 줄 아슈. 쿰쿰한 지옥철에서 남쪽나라 동백꽃을 보게 된 걸. 어쩌면 봄꽃 모두 도댓불 등대인지도 몰라라. 잿빛 시멘트를 부어 만든 삭막하고 황폐한 문명의 복판.

그러나 우리는 자연의 일부, 언젠가 제자리 자연으로 돌아가야지. 그날도 저 멀리서 도댓불이 깜박깜박 손짓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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