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국제적 규제 완화 경쟁에 숨은 그림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국제적 규제 완화 경쟁에 숨은 그림들

입력 2025.04.02 21:38

수정 2025.04.02 22:19

펼치기/접기

금융위기, 특히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미국 예외주의’ ‘미국식 역동성’이라는 현상이다. 미국의 생산성은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외에 인재·자본·기술의 이동이 쉽고 첨단 분야에서 기업의 진입과 성장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점에 기반한다. 낮은 규제와 유연한 시스템이 미국적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인공지능(AI) 안전성, 개인정보, 빅테크 독점성, 크립토, 금융, 방산, 핵, 우주산업 등에 포괄적 규제 완화를 공약했고 이를 정부 개혁과 연결 짓고 있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유럽이 디지털 및 AI 혁명에서 뒤처진 원인으로 과잉규제, 시장분절, 의사결정의 파편화를 지적한다. 모디 인도 총리, 영국 노동당 정부,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베트남 공산당도 규제 및 관료주의 개혁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많은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규제 수준이 낮은 미국에서 더 공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 규제의 이익은 소수에 귀속되지만 비용은 사회 전체에 분산된다. 모든 규제는 존재 이유가 있고,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경제적 기회를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임무에서 비롯된다. 인터넷이 등장하면 이용자 보호가 필요하고, 지구환경이 중요해지면 탄소 배출·플라스틱 사용 등 환경규제가 강화된다. 금융위기로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금융규제가 추가된다.

반대로 규제 완화의 이익은 다수에게 조금씩 나타나지만, 손실은 특정 집단에 집중된다. 기득권의 저항이 강한 이유다. 규제 조항은 소송 가능성을 예고하고,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 주택건설 관련 촘촘한 규제는 주거비 상승을 초래하고, 전력망 연결과 핵심광물 채굴에 대한 주민동의 절차는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강화라는 국익과 상충하기도 한다. 규제는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로비 여지를 넓히고 신생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경제발전은 ‘창조적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데, 기득권은 이를 두려워한다. 정부가 창조적 파괴와 기득권 중 어느 편을 드느냐가 규제 완화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둘째,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는 경향이 있다. 규제자는 규제 확대가 자신들의 권한 강화임을 잘 안다. 새로운 규제 대상을 계속 찾으려는 동력이 생긴다. 인허가 등 직접 권력이 될 뿐 아니라 퇴직 후 취업, 조직의 인력 충원, 승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도 비대칭이다. 적극 행정을 하면 보상은 불확실한 반면, 규제 완화 후 사고가 나면 책임이 뒤따른다. 잘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 기능을 약화하는 정부 내의 기관 간 규제도 계속 존치된다.

미 대선 과정에서 표출된 ‘바꿔보자’는 심리도 정부 비효율, 부당한 간섭과 경제활동 지체, 관료적 형식주의, 세금 낭비에 대한 반감이 기득권·엘리트 혐오와 결합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규제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미국민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좌우 정파를 넘어 규제 완화가 글로벌 추세가 되고 있다. ‘큰 정부 대 작은 정부’ ‘규제 강화 대 축소’의 대비보다 규제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려는 실용적 접근이 부각된다. 좌파 정당은 높은 금리, 늘어나는 국가부채 아래서 성장 없이는 복지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우파 정당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민 불만을 낳는 규제에 대해 반기득권이나 경제적 자유를 내세워 대응한다.

넷째, 결국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감해야 성공할 수 있지만, 무모해서도 안 된다.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해야 하지만, 심판으로서의 정부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 규제 완화의 과정이 잘못 관리되면, 오히려 투자와 기업활동을 저해한다. 과감성은 규제가 강하고 저성장이 심각한 유럽에서 더 필요할 것이다. 정부효율부 같은 조직을 만들어 먼저 공격적 규제 완화를 단행했어야 한다는 반성이 유럽 내부에서 나온다.

대공황기를 연상케 하는 불확실성과 격차, 각자도생, 트럼프 복귀와 기존 질서 재편, AI 등 기술 격변 속에서, 더 능력 있는 정부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좁은 회랑>의 주제인 제도, 인센티브, 성숙한 시민사회는 정부 역할이 핵심이다. 규제 완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점과 추진 과정의 과감성과 안정성, 제도의 포용성 강화라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협상론의 한 원칙인 “결과에 합의하려 하지 말고 먼저 기준에 합의하라”가 떠오른다. “분야별로 경쟁국 규제 수준에 맞춘다”는 사회적 합의 도출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이호승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호승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