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박성택 1차관, 강경성 KOTRA 사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 유관기관 및 협·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관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인사말을 한 후 대미(對美) 아웃리치 등 업계와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통상당국이 유감을 표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간 당국은 상호관세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타국보다 불리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설득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본·유럽연합(EU)보다 수위가 높은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업계 및 경제단체·연구기관들과 ‘민관 합동 미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열었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통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측의 관세 조치 현실화에 유감”이라며 “정부는 미국 관세 조치가 우리 대미 수출과 전 세계 교역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된 미국의 관세 조치는 자동차·철강 등에 대한 25% 관세 조치와 함께 우리 대미수출 주요 품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관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업종별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 통상교섭본부장 방미를 포함해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에 대응해 ‘철강·알루미늄 통상 리스크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자동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 산업 지원 대책’도 곧 마련할 계획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과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심판이 겹친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전쟁’을 맞닥뜨린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협상 총대’를 메야 했다. 안덕근 장관이 지난 2월26~28일과 3월20~21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3월13~14일 미국을 연달아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당국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 미국 경제·산업의 핵심 당국자들을 모두 접촉했다.
그간 통상당국의 협상 전략은 ‘타국보다 불리한 대우는 피하자’에 가까웠다. 안 장관 등은 미국 측에 “한국이 관세를 부과받아야 한다면 최소한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해 왔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우리에게 부과될 상호관세도 중요하지만, 주요 경쟁국들이 얼마 받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쟁국과의 ‘상대평가’ 결과가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정부는 한국의 미국 수입품 관세가 0.79%에 불과하다는 점을 비롯해 미국이 제기하는 여러 비관세 장벽에 대해 소통을 충분히 했다고 강조해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당국의 기대와는 달랐다. 일본(24%), EU(20%)보다 높은 관세(26%·기본관세 10%+상호관세16%)를 부과받은 것이다. 여한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트럼프 상호관세 대응’ 세미나에서 “지난 13년간 한국은 미국의 FTA 파트너국이었고 미국에 대한 그린필드 투자(생산시설을 직접 설립하는 투자)에서 한국이 넘버 원을 차지할 정도로 큰 기여를 했다”면서 “26%라는 숫자는 이런 측면을 생각하면 높게 나온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 날아온 ‘청구서’가 타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는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상호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로 얹어지는데, 한·미 양국의 관세는 자유무역협정(한·미FTA)에 따라 0%에 가깝기 때문에 ‘출발점’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EU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았다. 미국의 제조업 관세는 평균 3% 안팎이다. 산술적으로는 한국은 26%(0+26), 일본이 27%(3+24), EU 23%(3+20)의 구도가 될 수 있다. 일본보다는 낮고 EU와는 차이가 좁혀진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산업부 통상정책 자문위원회 위원장)는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해 낮은 관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플러스 25라면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