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여파로 3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하락 마감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대로 2일(현지시간) 국가별로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한국에는 26%의 상호관세를 매겨 일본(24%), 유럽연합(20%) 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수출 여건을 안게 됐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동맹국인 데다 그간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종의 현지 투자를 늘리며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해왔는데도 FTA 체결국 중 최고세율의 ‘관세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유럽연합에 비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전례 없는 위기다.
미국은 이날 한국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포함해 미국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그 절반값인 26%를 상호관세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평균 관세율은 0.79%(실효세율 기준)에 불과해 ‘50% 관세율’ 주장은 터무니없다. 이날 백악관이 ‘한국의 최혜국 대우 관세율이 미국의 4배(13%)’라는 잘못된 인식을 다시 드러낸 것도 석연치 않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최혜국 관세는 미국에 적용되지 않는데도 이런 언급을 되풀이하는 것은 문제다.
트럼프는 “한국, 일본과 다른 나라들이 설정한 비금전적 무역 장벽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한국의 자동차·농산물 규제를 거론했다. 미 무역대표부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절충교역 규정, 디지털 무역 제한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대규모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절충교역은 세계 방위산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일 뿐이어서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억지논리다. 나머지 항목들도 대부분 미국 기업들의 민원에 가깝다. 미국이 오도된 인식에 기반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허물라고 압박한다면 그야말로 강대국의 횡포다. 한국의 외교·통상당국이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더 나아가 한·미 간 소통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의 전방위적 상호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당장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내수 비중이 높은 일본·유럽연합과는 차원이 다른 위기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혼돈 상태에서 한국 경제가 중대 기로에 접어든 것이어서 우려가 크다.
한국 정부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대미 협상과 피해 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강하게 항의하고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자유무역체제의 근본적 위기에 대응하는 경제·통상 전략의 새판 짜기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 민간이 총력 대응해도 고비를 넘을까 말까 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