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글로벌 경매 매출액의 30%
구매·응찰자 44%는 젊은 세대
양질의 한국 미술품 선보일 것”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CHRISTIE’S IMAGES LTD
“지난해부터 아시아 지역 미술 수집가들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홍콩이나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미술시장에 참여하는 것이죠.”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지난달 28일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인 홍콩 더 헨더슨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미술시장의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는 이날부터 이틀간 홍콩에서 20·21세기 미술품 경매를 진행했다.
벨린 사장은 “크리스티 글로벌 매출액의 30%는 아시아에서 나온다”면서 “올해 아직 많은 경매가 열린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수집가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매 판매 총액은 약 7억2500만달러(약 1조642억원)로 전 세계 경매 판매 총액의 26%였다. 하반기 매출 총액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벨린 사장은 “젊은 수집가들도 미술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술품 구매자 및 경매 응찰자의 44%는 밀레니얼과 그 아래 세대였다.
벨린 사장은 “한국과 한국의 수집가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경매에서는 한국의 20·21세기 작품부터 고미술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이성자, 박서보, 이우환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나오고 있다”며 “세계 경매회사 중 우리만큼 한국 미술품을 잘 설명할 곳은 없다”고도 했다.
크리스티는 2022년 서울에서 기획전을 열고 영국 현대미술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 루마니아 작가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을 소개했으며, 2023년에는 앤디 워홀, 장미셸 바스키아 전시를, 지난해에는 크리스티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 전시를 각각 서울에서 열었다.
전 세계 미술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벨린 사장은 “지난해 판매 총액이 2023년보다 내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술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판매할 수 있는 양질의 작품을 소장자로부터 구하기가 어려워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정한 가격 안에서 최고급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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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확고하다. 벨린 사장은 “지난해 9월 본사 건물 더 헨더슨을 열면서 경매 출품작 전시장에 움직이는 벽을 배치했다. 전시할 때 가벽을 설치·해체할 필요가 없어 폐기물 배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 본사 건물은 어떤 작품이든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에 들여오고 전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올해 예정된 경매에서도 한국의 도자기를 비롯한 양질의 미술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