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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마라톤’ 대회

나는 달리기를 죽도록 싫어했다. 죽을 만치 힘들다가 궁극의 절정감에 이른다는 ‘러너스 하이’를 들었을 때는 ‘미치도록 힘들어서 착란 증상까지 생겼네’라고 여겼다. 하지만 계절감을 느끼며 전기와 도구 없이 온전히 내 몸으로 나아가는 달리기의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처럼 달리기 싫어하는 사람도 다시 보게 하는 러닝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마라톤 대회도 늘고 있다. 대회 참가자는 보통 1만명 정도, 유명한 대회는 3만명이 넘는다. 1명이 물 한 잔만 마셔도 일회용 컵 1만~3만개가 버려지는 꼴이다. 1명이 한 컵만 쓰는 것도 아니다. 하프 코스만 해도 급수대가 7개 정도 설치된다. 국내 마라톤 대회당 버려지는 컵이 최소 2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종이컵을 한번 사용할 때마다 45.2g의 탄소가 배출된다. 승용차로 1㎞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210g, 마라톤 참가자 1명이 5개의 종이컵을 사용한다면 자동차로 1㎞를 이동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1년 동안 마라톤 대회에서 사용된 20만개의 종이컵은 9t이 넘는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종이컵 외에도 이름표, 기록 칩, 선물세트 등 온갖 일회용품이 버려진다.

얼마 전 쓰레기를 줍는 단체인 ‘와이퍼스’는 쓰레기가 없는 ‘무해런’이라는 특별한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대회 약 한 달 전부터 집에서 노는 큰 쇼핑백과 옷핀 등을 모았는데 모두 대회 운영에 필요한 물품이었다. 큰 쇼핑백은 참가자의 옷을 보관하고 옷핀은 마라토너의 이름표를 고정하는 데 쓰였다. 포토존에는 쓰레기를 모아 만든 ‘재활용 작품’이 설치됐고, 배번 표는 버려진 종이를 재활용해서 제작했고, 재사용 기록 칩은 목욕탕 열쇠처럼 발목에 묶고 달린 후 반납하게 했다. 메달은 각자 달고 달린 배번 표를 직접 접어서 만들었다. 다회용 컵에 아리수를 담아놓고 마신 후 이동식 풀장에 컵을 던지게 했다. ‘무해런’은 환경에 무해한 달리기를 널리 이롭게 했다.

유럽에는 다회용 컵을 사용해야만 행사를 열 수 있는 지역이 있고, 일본의 일부 지자체는 행사 주최 측이 쓰레기를 치우거나 처리 비용을 내도록 한다. 일회용품 금지는 물론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 시 티켓을 할인해주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는 입장용 팔찌 재사용, 물 음수대 설치, 에너지 사용량의 50%를 줄인 화면 이용, 웬만하면 전용기가 아닌 일반 비행기 탑승 등을 실천한다.

일회용품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행사를 열 수 있고, 마라토너들은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 말이 쉽지 그게 되겠냐라는 비판에 몸으로 응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해런’이 그렇고 캠핑을 하면서 음악을 즐기는 ‘에어하우스’ 페스티벌도 있다. 나는 그들을 외롭게 두고 싶지 않다. 마라톤 대회에 일회용 컵을 쓰면 개당 10원이 들지만, 다회용 컵을 쓰면 수거와 세척 등에 350원이 든다. 무해한 가능성을 보여줘도 더 이상 확산하기 어렵다. 플라스틱세나 탄소세를 부과해 오염자들에게 비용이라도 부과하든가, 일정 규모 이상의 행사에 일회용품을 금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무해한 사람들이 사라지게 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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