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공영방송 압박 멈추라”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법원에서 지적받았음에도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31일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된 지상파 3사를 포함한 12개 방송사업자, 146개 방송국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방통위 재허가심사위원회는 3일 KBS·MBC·SBS를 대상으로 사업자 의견 청취를 했다. 오는 8일 EBS 대상으로도 의견 청취를 할 예정이다. 사업자 의견 청취는 각 방송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심사위가 방송사업자에게 질의하는 절차다. 이후 심사위는 심의 과정에 들어간다. 심사위에서 결론 짓고,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재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방통위는 김홍일 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6월 ‘2024년 지상파 방송사업자·공동체 라디오 방송사업자 재허가 세부계획’을 의결했다. 지난해 말 재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김 위원장이 사퇴하고 이진숙 위원장(사진)이 임명 직후 국회에서 탄핵돼 미뤄졌다. 그는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뒤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법원은 일관되게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지상파 재허가 심사는 법원 판단을 거스르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이 위원장이 새 정부 출범 전 재허가 여부 의결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방통위가 심사 의견서 작성과 최종심사 평가표 제출, 전체회의 의결까지 다음주 안에 모두 다 마무리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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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MBC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해왔다. 이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MBC를 ‘민주당 브로드캐스팅 코퍼레이션’ ‘민노총(민주노총) 브로드캐스트 코퍼레이션’이라고 지칭했다. MBC 입장에선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하는 등 비정규직 처우 문제가 터진 것도 악재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정규직 관련해 재허가 점수에 포함돼 심의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방통위는 불법으로 얼룩진 2인 체제 의결을 즉각 중단하라”며 “권력에 대한 정당한 감시와 비판을 편향성으로 몰아 재허가 심사를 공영방송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야욕을 멈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