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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인정한 시민의 힘···“국회 비상계엄 해제는 시민의 저항 덕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4일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탄핵을 축하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4일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탄핵을 축하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임기 2년11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122일 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에 첫 사법적 단죄가 이뤄졌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날 오전 11시1분부터 열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 선고기일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1분간 결정문을 읽어내려갔다. 문 대행은 오전 11시22분 마지막으로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라며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 판단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박탈당했다. 선고 장면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받아들였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들을 국회 출입을 통제하거나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으며, 국회·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통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고, 특정 법조인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시도해 현직 법관들이 언제든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경고성·호소형 계엄’이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러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 정도가 중대해 파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며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은 물론이고 1979년 10월 박정희 군사정권 이후 45년 만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수많은 시민의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수십년 전으로 후퇴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결연했다. 시민들은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려던 두려운 상황에서도 온몸으로 이를 막아섰다. 이런 시민들이 없었다면 계엄군은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처리를 방해했을 것이다. 하마터면 계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많은 시민이 체포·구금되고 시민 기본권이 제한당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헌재도 이날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인정했다. 시민들은 헌재의 탄핵 선고가 변론 종결 이후 한 달이 넘게 늦어지며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헌법 파괴 세력의 선동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차분하고 의연한 방식으로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을 염원했다.

어리석은 지도자의 무모한 행위로 인해 한국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적인 통상 갈등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위협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100일 넘게 이어졌다. 헌재도 이날 “피청구인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는 이제 비상계엄 사태로 위기를 맞은 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고 극단적 분열을 극복해 세계 속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비상계엄을 주도한 내란범들을 엄격히 단죄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범들의 형사재판은 이제 시작 단계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마저 막아서는 등 일반시민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무법 행위를 일삼았다. 형사재판에서도 갖은 시비를 걸며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잊히기를 기대하려 할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 번도 사과한 적 없었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헌재 파면 선고 이후에도 사과나 승복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지자들을 향해서만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측은 “오늘의 선고에 좌절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제2의 건국을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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