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민주공화국 시민들은 ‘윤석열 없는’ 새 아침을 맞게 됐다. 그러나 내란의 밤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 봉황기는 내려갔지만 사회는 분열됐고, 정치는 더 양극화됐고, 민생은 무너졌다. 그 고통을 극복하고 폐허를 치유하기까지 정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두 달 후 조기 대선은 국가 정상화의 첫 관문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내란이 빚은 공동체 분열을 치유하고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당적인 협치가 필요하고,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치세력은 국민의힘이다. 그러나 윤석열 파면 후 밖으로 돌출된 소리는 탄핵에 찬성했던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하라는 요구였다. 6일 당내 모임에서는 ‘반(反)이재명’ 대선을 결의했다. 국민께 뭘 잘못했다고, 달라지겠다고 사과·반성하기는커녕 오로지 반이재명 구호뿐이다. 여당 지위가 박탈되고 ‘내란 비호 세력’ 비판이 커짐에도, 쇄신 의지조차 없는 몰상식한 행태다. 윤석열 제명, 극우와의 단절 선언이 그나마 대선 출정의 최소 명분이란 걸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
윤석열 탄핵 후의 정국 주도권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이 쥐게 됐다. 내란을 극복하고 국정·민생 위기를 타개할 협치에도 야권의 몫과 책임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이재명 대표는 탄핵을 넘어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친 사회대개혁 과제를 귀담아듣는 일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임무가 막중하다. 한 대행은 비상한 각오로 국정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정국이 수습될지 혼란할지, 헌정질서가 정상화될지, 안정적으로 대선이 관리될지는 한 대행의 언행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당장 8일 국무회의에서 내란·탄핵 정국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으로 헌법기관을 정상화하는 일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내란 이후 100명 넘게 이어진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도 멈춰야 한다. 직무가 정지된 정부의 알박기 인사는 국민을 기만하고 국정 혼란을 키우는 보은 인사일 뿐이다. 윤석열 탄핵 선고를 앞두고 불거진 대통령기록관장 교체 논란은 특히 개탄스럽다. 후보군에 대통령실 행정관이 포함됐다고 하는데, 이것이 ‘내란 기록물 관리용’ 알박기 인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법적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체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EBS 사장 임명에 이어 지난 3일부터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돌입한 방통위 행태는 공영방송 재갈 물리기로 보기에 충분하다. 한 대행은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라는 위헌 행위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 가뜩이나 무너진 민생과 경기 회복을 위한 ‘슈퍼 추경’도 서둘러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내란 동조 세력들의 민주주의 파괴와 무정부적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파면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시작일 뿐이다. 윤석열 집권 3년이 망가뜨린 모든 것을 되돌려야 비로소 민주주의, 정의, 민생을 회복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윤석열 파면으로 대선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6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아름다운 선거’라고 적힌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