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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치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고영민(1968~)

[詩想과 세상]봄의 정치

그 긴 겨울도 이제 끝이 났다. 기다리던 봄은 쉽사리 겨울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길에서 자주 미끄러졌다. 우리는 봄을 재촉하려고, 차가운 얼음 바닥에 앉아 종종 밤의 눈사람이 되었다. 눈사람이 된 우리는 빛들을 한 송이씩 들고 봄의 길목을 다듬었다. 봄이 결국 “오는 걸 보면”서,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너무나 절박하고 간절했던 ‘파면’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얼음 바닥에서 눈사람이 되었던 시간들이 주문처럼 풀려났다. 우리 안에 얼음처럼 박혀있던 검은 눈송이들이 “따스한 눈송이들”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우리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끔찍했지만, 이제는 마음껏 봄볕 내리는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이 눈을 뜬다. “찬 시냇물에도 거듭 입을 맞추는” 입술들이 눈부시게 환하다. 곧 새봄이 오고, 우리는 새 학기의 아이들처럼 새로운 날들을 써나갈 것이다. 봄의 정치는 이런 것이다. 함께 꽃을 피우기 위해 밤의 눈사람이 되었던 기적처럼 드디어 새봄이 우리에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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