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해방의 날”이라고 칭한 4월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무역 질서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예상보다 훨씬 더 끔찍했고, 이제 세계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트럼프는 어떻게, 그리고 언제 이 입장을 바꿀 것이며 그사이에 얼마나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인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 전후 세계 무역 질서의 핵심 원칙은 ‘다자주의’였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각국은 무역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 장벽도 함께 낮추었다.
미국은 자국이 주도한 무역 질서의 규칙을 항상 준수했을까? 답은 분명히 ‘아니요’이다. 1970~1980년대 미국은 한국과 같은 신흥 공업국에 의존해 시장을 자유화했다.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에도 미국은 김대중 정부에 시장을 더 개방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자발적인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심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그 예이다. 하지만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심화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었다.
관세 수입 늘려 적자 메우려는 미
해당 국가들이 보복 조치 하거나
미국 피해 공급망 다변화 나서면
결국 미국 기업들도 피해 불가피
트럼프의 참모들은 두 가지 요점에선 옳다. 우선 WTO는 너무 크고 복잡해져서 새로운 협정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조직이 됐다. 실제 WTO 내 협상은 20년 넘게 교착돼 있다. 그리고 현재 무역 질서 붕괴로 이어지는 길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모두 WTO 가입이 중국의 국가 사회주의 본능을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은 다시 중상주의적 모델로 회귀했고, 이는 미국과 여러 나라의 제조업 기반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는데, 단순히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 도용,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첨단 기술 접근 관련 보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방향이 불분명하다. 그는 적대국에 더해 오랜 동맹국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초기의 조치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트럼프 본인이 직접 설계한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자유무역협정(USMCA)의 파트너들까지 겨냥했다.
트럼프의 ‘해방의 날’ 연설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배경에는 무역적자에 대한 집착과 감세 재원 마련을 위한 관세 수입 증대 의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트럼프의 무역 참모들은 전 세계의 양자 무역 관계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어떤 국가가 대미 흑자가 크고 수출이 많다면, 그들은 그것이 그 국가의 무역 제한의 결과라고 간주했다. 그들의 해결책은 단계별 관세를 부과해 상대국으로부터 무역 양보를 받아 내거나 미국 내에 직접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25%의 관세를 부과받은 한국은 이러한 접근 방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는 트럼프가 첫 임기 때 직접 재협상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었다. 최근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 현안 목록을 공개했고, 한국 정부는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이미 시사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부터 중장비, 메모리 칩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은 대한 무역 적자를 낼 수 있다.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크고 작은 미국 기업들은 이제 그 공급망을 재정비해야 하며, 그중 일부는 붕괴될 것이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각각 양자 협정을 협상해야 하는데, 이는 수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다. 트럼프는 결국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국가나 산업, 또는 측근들에게 유리한 예외 조항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불확실성은 주식 시장에 부담을 주고 전 세계의 부를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관세가 실제로 수입을 제한하는 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동시에 관세 수익을 늘릴 수 있겠는가?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자동차 산업을 위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고, 다른 국가들은 보복 조치에 나서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미국을 피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소수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캐나다 관세를 철회하라고 했을 때 잠시나마 정치적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은 트럼프의 변덕에 충실히 따른다. 도대체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이란 말인가?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