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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너무나도 오래 기다려왔던 그 주문이 선언되는 순간 광장은 환호와 눈물로 뒤덮였다. 내란의 밤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윤석열은 파면됐다. 추운 겨울을 지나 햇살이 비치는 따스한 날에 시민들은 드디어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명확하게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시민 저항 덕분임을 이야기했다. 민주주의의 위기였던 내란 사태를 막고 끝내 윤석열의 파면까지 이끌어낸 것은 시민들의 힘이었다. 여의도·한남동·남태령·광화문에서 이어진 집회를 통해, 일상에서의 지속적인 저항을 통해 시민들은 끝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시민들의 힘으로 파면 결정이 이루어진 지금 이후 우리 사회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광장에서 계속 나왔던 이야기가 단지 윤석열 하나만 없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파면 이후의 사회는 분명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사회와는 달라야 한다. 다른 사회에 대한 단서는 지난 4개월간의 광장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면 짐작할 수 있다.

내란 사태가 벌어진 12월3일은 세계장애인의날이었다. 당시 국회에는 이동권, 탈시설 권리 등을 외치며 노숙 투쟁을 하던 장애인들이 있었다. 계엄이 해제된 12월4일 저녁 페미니스트와 퀴어들은 광화문 촛불 집회에 나와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는 끝났다”고 외쳤다. 이후 이어진 탄핵 광장에서는 무지개 깃발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지고 무지개 머리띠를 맨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용어인 커밍아웃은 광장의 인사법이 됐다.

12월3일 국회 앞에서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역시 농성 중이었다. 내란의 후폭풍 속에 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이 석방되고 일주일 뒤인 3월15일 김 지회장은 결국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 현장에 시민들은 연대로써 응답했다. 이른바 ‘말벌 동지’로 지칭되는, 남태령 대첩 이후 확장된 연대의 힘은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4개월간 70회 가까이 개최된 집회에서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이주민·난민, 노동자, 여성, 청소년, 비수도권 거주자, 재난피해 유가족, 빈민, 홈리스, 성노동자 등 내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서사가 울려 퍼졌다. 다양한 서사들이 하나로 모여 외치는 광장의 요구는 분명했다.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이다.

평등은 1월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비롯해 극우 세력이 준동하는 지금 더욱 절실한 시대적 요구이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통해 세력을 불려온 전광훈 등 극우 세력들은 파면 결정 이후에도 불복종 투쟁을 외치며 선동을 하고 있다. 혐오와 분열의 정치가 민주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한 지금, 누구도 배제되고 나중으로 밀려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광장에서 동료 시민들과 함께 긴 시간을 투쟁해온 정치의 역할이기도 하다.

탄핵 이후 시민들은 광장에서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광장에 나왔던 수많은 소수자 시민들의 일상도 윤석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차별금지법 있는 사회, 모두가 평등하게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사회, 혐오와 폭력에서 자유롭고 성평등한 사회, 시민들이 진정으로 주인이 되는 사회. 윤석열 없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이어야 한다.

수십만의 동료 시민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그 용기가, 노동자·농민·장애인 등의 투쟁 현장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한걸음으로 달려갔던 그 마음들이 이어진다면 새로운 사회는 만들어질 것이다. 반드시 그러할 것이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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