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뒤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를 가까이서 만져보고 싶었다. 친구랑 무작정 집을 나서 무지개가 걸려 있는 동네로 향했다. 어린 마음에 조금 빨리 걸으면 쉽게 그 동네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연신 동요 ‘무지개’를 불러 젖혔다. “알쏭달쏭 무지개 고운 무지개/ 선녀들이 건너간 오색 다린가~”
무지개를 잡을 생각에 뜻도 모르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그저 선율을 타고 흐르는 노랫말이 부르기에도 듣기에도 좋았다. 무지개가 알쏭달쏭하다는 노랫말이 좀 어색하다고 느낀 건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내가 알던 그 알쏭달쏭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여 얼른 분간이 안 될 때 쓰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노랫말 ‘알쏭달쏭 무지개’가 전혀 와닿지 않는다.
본래 알쏭달쏭은 여러 가지 빛깔로 된 점이나 줄이 고르지 않게 뒤섞여 무늬를 이룬 모양을 말한다.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오색찬란한 무늬다. ‘알’이 본디 여러 가지 빛깔로 이루어진 점이나 줄을 의미했는지 ‘알쏭알쏭’ ‘알록달록’도 비슷한 뜻을 지녔다. 이렇게 보면 알쏭달쏭은 무지개와 잘 어울린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빛깔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문이다. 문은 다른 곳과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하다. 무지개는 물로 만든 문을 뜻한다. 무지개를 찾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무지개의 옛말인 ‘므지게’와 먼저 만나게 된다. ‘므’는 물의 옛말이고, ‘지게’는 문을 가리킨다. 옛날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을 지게 혹은 지게문이라고 했다. 陸橋(육교)라는 표현도 간혹 보인다. 공중으로 건너질러 놓은 다리가 육교 아닌가. 선녀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타고 내려왔다는 무지개를 왜 무지개다리라고 하는지 알 듯하다.
글을 마무리할 무렵 친구가 제주도에 뜬 오색 무지개 사진을 보내왔다. 동요 ‘무지개’ 속 오색 다리와 오색 무지개가 머릿속에서 슬며시 겹쳐진다. 동양은 오방색(흑, 백, 청, 홍, 황)을 기본색으로 인식한다. 숫자 오(5)는 여럿이란 의미다. 오색 무지개는 여러 색을 띠는 무지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