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9채 단지형 조성…생계 일굴 논밭과 멀어 창고생활
경북도 “5월 내 마련”한다지만 기반 공사 등 오래 걸릴 듯
전소일 때 지원금 2000만~3600만원으론 새집도 못 지어
경북지역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 설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만 부지 선정과 전기·상하수도 설비 등 기반공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모든 이재민이 임시주택에 입주하려면 앞으로 한 달 이상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민들은 “임시거처가 생겨도 일터와 멀어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화재로 잃은 ‘내 집’으로 돌아갈 길도 막막한 상태다.
6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불 피해가 난 5개 시군 이재민을 대상으로 임시주택 수요조사를 한 결과 2854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이 1021채로 가장 많고 영덕 1000채, 청송 501채, 의성 239채, 영양 93채 등이다.
임시주택은 27㎡(8평) 크기로 방과 주방, 욕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싱크대, 에어컨, 수납장 등 생활 필수시설도 갖추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16채를 설치 중이고 40채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며 “빠른 곳은 5월 초, 늦어도 5월 중에는 임시주택 설치를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 임시주택 설치를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지 선정이 완료된 97곳(1457채) 중 기반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16곳에 불과하다.
이재민들은 당장 올해 농사부터 걱정이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생업인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경지와 대피시설 간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현재 조성 중인 임시주택 2857채 가운데 2749채는 단지형이다. 이재민 대부분이 자신의 농경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진 임시 거주지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이재민은 빈집이나 반쯤 불탄 창고 등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의성군 신평면에 사는 김기환씨(66)도 최근 자신의 밭과 가까운 고추건조실로 거처를 옮겼다. 대피시설이 밭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어 매일 밭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다.
김씨는 “키우던 복숭아나무의 70%가 죽어 올해 과일 농사는 망쳤다”며 “그래도 먹고살려면 300평 정도 되는 빈 땅에 고추를 심어야 할 것 같아서 이불 등 생필품을 가져다 창고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잠은 농경지 인근 왜가리생태관에서 잔다.
이재민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길도 막막하다고 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건축비 등으로 인해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새집을 짓기에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안동에 사는 이기만씨(68)는 “건축비가 올라서 아무리 못 줘도 3.3㎡(1평)당 800만~900만원은 줘야 한다고 한다”며 “25평(59㎡) 집 짓는 데만 2억원이라는 소리다. 이 나이에는 대출도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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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는 주택이 모두 타버린 전소의 경우 규모에 따라 2000만∼3600만원, 일부가 불탄 반소는 1000만∼1800만원의 주거비를 지급한다. 여기에다 전국에서 모인 성금이 배분될 예정이다. 성금까지 받더라도 집을 새로 짓는 비용을 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세간도 불타버려 모두 다시 구해야 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전체 이재민 가운데 1053명이 체육관 등 대피시설에 살고 있으며, 2437명이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