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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에 한 명 임신·출산 합병증으로 사망”···지원 삭감으로 더 늘어날 수도

WHO 등 유엔 기관 ‘산모 사망률 추세’ 보고서

임신·출산 합병증 사망 20년간 40% 감소

미국 등 지원 삭감으로 증가할 가능성

“병원 문 닫고, 의료공급망 붕괴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산모 사망자 증가

2003년 3월 12일 수단 국경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봉가 난민 캠프에서 한 간호사가 임신한 수단 난민을 진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03년 3월 12일 수단 국경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봉가 난민 캠프에서 한 간호사가 임신한 수단 난민을 진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유엔이 미국 등 세계 부국의 지원 삭감으로 임신 및 출산 도중 사망하는 여성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감염병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세계 건강의 날을 맞아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등 유엔 기관들이 발표한 ‘산모 사망률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년에서 2023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40% 감소했다. 이는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2016년 이후 사망률 감소 추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으며, 2023년에는 약 26만명의 여성이 임신·출산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2분마다 산모가 한 명씩 사망하는 것과 같다.

특히 분쟁 지역의 임산부는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전 세계 산모 사망의 3분의 2가 분쟁 지역 국가에서 발생했는데, 이들은 다른 지역보다 5배 더 높은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산모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 원조를 동결하고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와해시키면서 상당수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중단된 결과라고 밝혔다. 영국 또한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제 지원 예산을 국민총소득(GNI)의 0.5%에서 0.3%로 삭감했다.

WHO 부사무총장 브루스 에일워드 박사는 지원 삭감이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감염병과 같은 영향”을 미쳤으며 “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영향”을 미칠 수도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미국의 지원 삭감으로 많은 국가에서 산모·신생아·아동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이미 축소되고 있으며, 병원이 문을 닫고 의료진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출혈·말라리아와 같은 산모 사망의 주요 원인을 치료하는 의약품 공급망이 붕괴됐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조산사가 산전 지식을 나눈 후 출산을 도와준 산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로 초인플레이션과 빈곤에 빠진 짐바브웨의 의료 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 위기를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

2021년 1월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조산사가 산전 지식을 나눈 후 출산을 도와준 산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로 초인플레이션과 빈곤에 빠진 짐바브웨의 의료 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 위기를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

WHO는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산모 사망에 미친 영향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임신·출산으로 사망한 여성이 전년도 28만2000명에서 32만2000명으로 4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합병증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중단으로 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에일워드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산모 사망자가 증가한 것이 현재 의료 지원 삭감이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고편과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우리는 의료시스템에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자금 지원이 줄어들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도 의료시스템에 극심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산모 사망률은 빈곤국일수록 높았다. 2023년 빈곤국에서 10만명 산모당 346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부유한 국가보다 35배 높았다. 가난한 국가의 15세 소녀는 임신·출산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66분의 1이었으나, 부유한 국가에서는 7933분의 1이었다. 전쟁 중인 나라에선 51분의 1로 나타났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이사는 “보건 서비스에 대한 전 세계적 자금 지원이 삭감되면서 임신 중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고 출산 시 필요한 지원도 제한돼 더 많은 임산부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WHO 생식 건강 부서장 파스칼 알로티는 “오늘날 여성이 출산 중에 사망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성에 대한 고발이며 정의에 대한 진정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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