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열린 본인의 재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 당일 군 병력이 국회 내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 왔네”라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조 청장은 또 “포고령에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며 다른 경찰 고위직 인사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 봉쇄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지휘부 4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선 계엄 당일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국회 봉쇄 지시’를 직·간접적으로 들었던 경찰 간부 2명이 증인으로 나와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지난해 12월3일 밤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라’는 조 청장의 지시를 받아 아래로 전달했던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날 법정에서 ‘계엄 당일 조 청장 집무실에서 함께 TV를 통해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을 봤는데, 기억나는 말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조 청장이 군이 국회 경내에 있는 장면을 보면서 ‘이제 왔네’ 이런 식으로 지나가듯 말한 게 기억난다”고 했다. 임 국장은 이 모습을 보고 ‘조 청장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임 국장은 조 청장이 계엄과 관련해 다른 경찰들과 논의하거나 사전에 알려준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조 청장 측은 ‘증인도 함께 논의했던 것 아니냐’ ‘조 청장과 함께 포고령을 검토했다고 하면 처벌받을 게 두려워서 잘못 진술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조 청장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임 국장은 “그렇지 않다”며 “조 청장은 이미 수 시간 전에 대통령에게 지시를 받았고, 그동안 생각과 판단을 했을 것인데 저와 논의했다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또 “조 청장이 ‘포고령에 따르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 그대로 따르라’고 말했다”는 점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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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당일 국회 외곽 봉쇄에 투입됐던 서울청 3기동단 소속 박만식 기동대장도 “포고령에 따라서 국회를 봉쇄하라는 서울청 무전을 들었다”며 “본청과 서울청 등 상급 청에서 충분한 판단을 거쳐 내려온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계엄이 선포되기 3시간 전쯤 윤 전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과 관련한 지시를 미리 전달받고, 국회 봉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한 혐의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구속기소 됐고 혈액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조 청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