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7일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하는 선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대선 공약에 반영할 거라며 7개 정책비전도 발표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 파면 후 사흘 만에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석열 출당론에는 입을 닫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조기 대선은 민주당과 이재명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의 강을 건너지 않고, 대선으로 바로 ‘표지갈이’ 하는 것인가. 황당무계하고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12·3 내란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 이 당 다수 의원은 국회 계엄해제요구안,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의원들은 전광훈·손현보 목사가 이끈 극우집회 무대에 올라 윤석열의 내란을 “계몽령”이라 옹호했고,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비호했다. 당 지도부는 윤석열이 머문 의왕구치소·한남동 관저를 찾아 그 메시지를 전하기 바빴다. 당 전체가 윤석열과 아스팔트 극우에 기대며 ‘내란 본당’을 자처한 꼴이다. 시민들이 100일 넘게 불면의 밤을 보낸 가장 큰 책임도 국민의힘에 있다.
여당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이 대선 채비에 앞서 할 일은 분명하다. 통렬한 사죄와 내란 옹호 세력과의 단호한 결별이다. 그게 국민에게 할 최소한의 염치와 도리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묻지마식 단결’을 외치며 정반대로 가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이, 당을 망가뜨린 지도부도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자리를 지킨다. 나경원·윤상현 같은 친윤계는 윤석열을 상왕으로 모시는 ‘알현 정치’의 발판을 깔아주고, 윤석열은 보란 듯이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대선에 개입할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다. 내주 초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도리어 “헌재를 폐지하자”고 한다. 극우의 숙주 노릇을 대선판까지도 지속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란 옹호 정당이 내란 극복의 장이 돼야 할 조기 대선에 그 모습 그대로 나서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그러면서 ‘반이재명’ ‘개헌’ 구호만 외치면 집권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윤석열 탄핵심판 말미에 ‘4 대 4 기각’이니 ‘5 대 3 기각’이니 하며 희망회로 돌리기에 급급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헛된 망상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에 내란 세력을 위한 자리는 없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만이 보수를 재건하는 길이요, 새 나라 건설에 참여할 자격을 얻는 길이라는 걸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