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중국·유럽연합(EU) 등이 ‘맞불 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7일 코스피가 5% 넘게 폭락했고, 아시아 증시도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경기 침체 공포에도 트럼프의 폭주가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는 속수무책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으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 단숨에 24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오전 9시12분 5분간 매도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5.25% 폭락해 651.30으로 마감했다. 환율도 출렁거렸다. 원·달러 환율은 33.7원 오른 달러당 1467.8원(주간거래 종가)에 거래돼 2020년 3월19일(40원)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트럼프발 관세폭풍이 한국에 상륙한 셈이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7.83% 폭락했고 선물 매매를 잠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대만 가권지수는 9.7% 폭락했고, 홍콩과 중화권 증시는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주 미국 뉴욕 증시는 연이틀 폭락하며 9600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관세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전략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마비시켜 경기 침체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6일에도 “무역적자 문제를 치료할 유일한 방법은 관세뿐”이라며 정책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공포심은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실물경기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금 한국은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로 성장률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크다. 그 개방경제 체제에 무역전쟁과 금융시장 불안은 경제의 도약판과 안전핀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가계부채와 집값 불안까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려 당장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지 않은가.
한덕수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는 이런 경제위기를 직시하고 국회와 함께 전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추경 편성에 속도를 높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확고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온갖 경제·민생 지표를 악화시킨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눈앞에 닥친 금융시장 충격파가 실물로 번지지 않도록 소방수 역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137.22p(5.57%) 내린 2328.20로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은 36.09p(5.25%) 내린 651.30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을 기록했다. 김창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