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각 당 오전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개헌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6일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대선·개헌 병행’ 추진을 제안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즉각 병행론에 찬성한 반면 야당들은 ‘선 내란 청산’을 강조하며 거리를 뒀다. 한국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해 개헌이 시대적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선까지 60일 시한을 정해두고 몰아치기 쉽지 않고 속도전식 개헌이 불러올 부작용도 우려스럽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탄핵을 겪으며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을 둔 ‘대선·개헌 병행’ 추진 뜻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는 추진될 수 있다”고 했다. ‘단계적 개헌론’으로 볼 수 있지만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병행 추진엔 선을 그은 것이다.
개헌이 중요한 과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승자독식 대통령제의 부정적 유산이 커지면서 87년 체제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1987년 개헌 후 38년간 급변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과제들도 헌법에 담아야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권력을 분산하고 협치를 이끌어낼 개헌에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당위성의 핵심과 우선순위는 개헌 내용에 있지 속도에 있지 않다.
당장 대선·개헌 병행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선 최소 38일간의 공고기간이 필요해 늦어도 이달 말까진 개헌안이 마련돼야 한다. 87년 개헌안 마련에도 두 달 넘게 걸린 것을 감안하면, 권력구조 개편과 분권적 개헌안을 그때까지 속전속결하기 쉽잖고 자칫 졸속이 될 수도 있다. 사전투표에 개헌안을 부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내란 청산·극복 과제를 뒤로 밀어낼 우려도 크다. 내란 세력과 절연하지도 않은 국민의힘이 개헌 속도전에 나서는 것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선 공간에서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개헌 논의는 개헌의 저변을 확인하고 원칙과 시간표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통합 개헌’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개헌이 충분한 토론·숙의·공감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개헌할지 보다 구속력 있게 공약하고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