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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출 금지된 ‘태평염전’

입력 2025.04.07 19:00

수정 2025.04.0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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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노동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노동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다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오웰이 막장에 들어가 함께 먹고 지내며 기록한 이 르포르타주에는 1930년대 북잉글랜드 탄광 노동자들의 실상이 생생히 담겨 있다. 노동자들이 묵는 침대는 청결은 고사하고 두 발조차 뻗지 못할 구조였고, 탄광 안은 흡사 지옥 같았다.

오웰이 묘사한 참상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 염전 노동자들의 실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2014년 전남 신안의 ‘염전 강제노동’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장애인을 유인·감금한 사업자들이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노예처럼 부리고, 도망가지 못하게 감금까지 했다.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1년 또 폭로가 나왔다. 지적장애가 있는 박영근씨는 7년간 감금당한 상태로 이 염전에서 일했지만 월급 한 번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데 정부와 해당 기업은 여전히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처벌받은 가해자는 단 한 명뿐이다.

정작 강제노동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이다. 단일 염전으로 국내 최대인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의 소금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한 것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3일(현지시간) “강제노동 사용을 합리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를 토대로 태평염전에 대한 인도보류명령을 어제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엔 강제노동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정부·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강제노동과 인권유린이 어느 섬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정부의 ‘관대함’이 문제라면 이제라도 따져야 한다. 염전 노동자 중에는 사회적 약자도 많아 일회성 조사만으로 어물쩍 끝내선 안 된다. 인신매매방지법도 개정해 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강제노동 근절에 나서야 한다.

천일염은 염부들의 수없는 써레질 끝에 탄생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소금이 값싸게 식탁에 오르기 힘들다. 다시 오웰의 말이다. “우리가 누리는 품위는 모두 그들과 같은 밑바닥 인생들의 혹독한 노동현장과 일상적 가난에 빚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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