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자유민주주의 오염…다이내믹한 체제 바람직하지 않아”…박찬승 명예교수가 말하는 ‘국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자유민주주의 오염…다이내믹한 체제 바람직하지 않아”…박찬승 명예교수가 말하는 ‘국가’

입력 2025.04.07 20:22

수정 2025.04.07 20:27

펼치기/접기
박찬승 한양대 명예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건 ‘한국의 불안정한 민주공화제’라고 본다. 탄핵 후 민주공화제를 어떻게 확고하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광진구 능동로 박 교수 연구실에서 촬영했다. 탄핵 선고 뒤 추가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찬승 한양대 명예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건 ‘한국의 불안정한 민주공화제’라고 본다. 탄핵 후 민주공화제를 어떻게 확고하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광진구 능동로 박 교수 연구실에서 촬영했다. 탄핵 선고 뒤 추가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수세력 대응 방식 갈수록 경직
결국 불행한 계엄 사태로 이어져

내각·검찰 등 관료집단의 행태
국가 경영할 능력 있는지 회의감

해방 80주년, 학자 80여명 참여
식민지 지배사 총서 50권 낼 것

“다이내믹한 체제라는 건 안정된 사회 체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뜻하는 말로 종종 쓰이는 ‘다이내믹’이란 표현을 두고 한 말이다. 박 교수는 이 말에서 불안정과 예측 불가능성을 본다. 12·3 비상계엄 뒤 4개월간 이어진 혼란스러운 정국 문제가 한 예다.

“다이내믹한 체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회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말이거든요. 이제는 안정된 체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안정된 사회 체제’는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이 강조하는 그것과는 방향과 내용이 다르다. 이 체제는 ‘민주공화제’다. “선택 여지가 없어요. 귀족공화국을 하겠습니까. 입헌군주제를 하겠습니까. 민주공화국이 최선의 길입니다.”

박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벌어진 상황을 두고 “민주공화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전후 내각이나 검찰 등 관료 집단이 보인 행태를 두고 “관료 집단이 국가 위기를 심화시키는 걸 보고, 국가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다”고 했다. 또 “관료, 법관, 국회의원들이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개인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우려가 된다”고도 했다.

보수세력의 잘못된 대응도 민주공화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진보세력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지만 민주당 쪽이 국회 다수당이 된 뒤, 보수세력 대응 방식이 갈수록 경직되면서 계엄 선포 사태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바뀌는 제도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문 결론 첫 문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이다. 탄핵 전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민주공화제가 반석 위 정치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박 교수는 “실질적인 민주공화제 역사는 1987년 이후 40년 정도밖에 안 됐다. 계엄 사태가 탄핵으로 매듭지어져 다행이지만, 민주공화제를 어떻게 더 확고하게 만들지 특히 국회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민주공화제 핵심인 대의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잘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자유를 제한하는 계엄을 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 어처구니가 없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너무 오염됐어요.”

박 교수가 쓴 대중서 대표작 중 하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2013)이다. 헌법 제1조 성립 역사를 살피며 ‘공화국’이라는 말이 ‘국가는 공공의 것’(res publica)이라는 말에서 나왔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제헌헌법의 사회민주주의적 요소에도 주목했다. 제헌헌법은 부유한 자의 자유 제한과 사회적 소유(공유) 같은 사회경제적 권리를 부분적으로 포함했다. 박 교수가 오늘날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 해법으로 제시한 것도 ‘민주공화제’ 중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공화주의’다.

박 교수의 또 다른 대표 대중서는 <마을로 간 한국전쟁>(2010)이다. 한국전쟁 시기에 마을에서 빚어진 여러 사건을 조사한 책이다.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죽고 죽여 1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사건도 있다. “이미 지주와 소작인, 양반과 평민, 집안 간 여러 갈등이 있었어요. 갈등에서 빚어진 서운함, 원망, 원한 같은 것이 전쟁 시기에 치안 부재 상태에서 보복으로 이어진 거죠.”

박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는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기보다는 여전히 힘으로써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익숙한 것은 아닐까”라고 썼다. 그는 탄핵 전후 상황을 두고도 “정치인들의 대립·갈등이 사회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으로 여야 정치인들이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사회적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술책도 많이 냈다. 최근 <일제하 도서지역의 민족운동과 사회운동>(경인문화사)을 출간했다. 일제강점기 완도, 진도, 신안군의 여러 섬에서 전개된 항일민족운동과 노동·농민·청년·여성운동을 다룬 책이다. 1993년 이후 30여년에 걸쳐 쓴 논문들을 수정·보완했다. “사람들이 속된 말로 무지렁이들이 섬에서 농사짓고 고기 잡고 살았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선 후기 이래 섬 주민들의 교육열이 매우 높아 2~3개 마을에 1개꼴로 서당이 있었다. 육지보다 많았다”고 했다. 높은 교육열에다 주민들의 단결력, 지도자들의 뛰어난 역량도 활발한 운동의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책은 소안도 항일민족운동과 암태도 소작쟁의, 하의도의 토지회수투쟁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학계에선 도서지역 근현대사를 정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박 교수는 “어렵고 힘들게 산 민초들을 위해 역사학도로서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1980년대 대학원생 때부터 했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는 동학농민운동, 1990년대 이후에는 농촌과 도서지역 민초들의 운동을 연구했다.

최근 <조선총독부의 지방제도>도 출간했다. 795쪽의 방대한 양이다. 박 교수는 “정작 총독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연구가 별로 안 됐다”고 한다. 책은 1920~1930년대 총독부의 지방제도 개편을 주로 분석한다. 일제가 지방제도,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지방의회’를 통해 지역 유력자들을 친일 협력세력으로 포섭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책은 동북아역사재단의 ‘일제침탈사연구총서’ 50권 중 하나다. 역사학자 80여명이 참여한다. 박 교수는 총서 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일본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 식민지 지배사를 제대로 정리하려 총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4월 기준 42권이 나왔다. 박 교수는 “해방 80주년인 올해 50권을 완간할 계획이다. 해방 후 처음 하는 학술 작업이다.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