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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유죄 판결 후 첫 집회서 “마녀사냥”…시민 반응은 ‘싸늘’

스스로 마틴 루서 킹 빗대…횡령 유죄 ‘정치 탄압’ 규정

대권 빨간불에도 설문조사서 지지율 ‘1위’ 유지했지만

응답자의 68%가 “피선거권 박탈, 법원 판결 정상적”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의원이 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환호에 호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의원이 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환호에 호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횡령 혐의 유죄 판결로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법원 판결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며 대권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르펜 의원은 자신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에 빗대며 ‘정치적 희생양’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RN은 이날 파리 중심부의 보방 광장에서 법원 판결을 규탄하고 르펜 의원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르펜 의원은 법원 판결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유일한 주권자인 국민이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장 열렬한 수호자”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내가 마린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파리 형사법원은 지난달 31일 유럽의회 기금 440만유로(약 71억원)를 횡령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가택 구금 2년과 집행유예 2년)에 벌금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를 선고했다. 또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하며,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유죄 판결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항의 집회로 르펜 의원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최 측은 약 1만5000명이 모였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는 달랐다. 르몽드는 “지지자들의 분노와 따사로운 햇살도 보방 광장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며 당이 비공식적으로 기대한 8000~1만명보다 적었으며, 군중 대부분이 전세 버스를 타고 온 RN 활동가들이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경찰 추산 7000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르펜 의원은 집회에서 킹 목사의 정신을 빌려 “평화롭고 민주적인 저항”을 하겠다며 “법 위에 있지 않지만, 법 아래에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Lega) 행사에서 한 화상연설에서도 “우리는 시민권을 옹호한 킹의 모범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킹 목사는 1950~1960년대 비폭력주의에 기반해 미국 흑인 민권운동을 이끈 인물로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르몽드는 앞서 르펜 의원이 자신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난해 감옥에서 사망한 알렉세이 나발니에 비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르펜 의원의 대권 도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파리 항소법원은 2027년 치러질 대선 이전인 2026년 여름까지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만약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뒤집히거나 피선거권 박탈이 취소될 경우 대선 출마가 가능해진다.

여론조사에서 르펜 의원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지난 5일 엘라베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그는 대선 1차 투표에서 32~36%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다수 프랑스 국민들은 법원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라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피선거권 즉시 박탈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가 실시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권력 분립이 있어 프랑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집권 르네상스당, 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녹색당은 각각 파리 외곽 생드니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극우파의 사법부 공격을 규탄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르네상스당의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훔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르펜 의원을 비판했다. 좌파 진영이 몰린 레퓌블리크 광장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프랑스에 트럼프주의는 없다”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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