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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일정과 절차를 입법화하자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내란으로 훼손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첨예해진 사회·정치적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들도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내란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징계를 해야 대선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대선이 ‘내란 심판’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금 논의해야 할 의제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다.

한편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힘 측이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헌을 얘기하기 이전에, ‘지금 있는 헌법’조차도 지키지 않고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헌 논의의 물꼬도 열릴 것이다.

민주당도 개헌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견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대선 이후의 개헌 일정과 절차부터 입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추진 일정과 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대선 전에 미리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설사 대선과 동시에 헌법개정이 일부 된다고 해도, 필요한 입법이다. 어차피 모든 개헌 논의를 한꺼번에 마무리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혁 같은 해묵은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일정과 절차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도 그런 일정과 절차 속에서 의견을 낼 수 있다. 질서 있는 개헌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뤄진 성공적인 헌법개혁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계적·연속적 개헌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핀란드의 경우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차례의 헌법개혁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고, 대통령 직선제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했으며, 기본권 조항을 강화했다. 또한 5만명 이상의 핀란드 유권자들이 서명하면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단계적·연속적 개헌을 책임 있게 진행하려면, 그 일정과 절차에 관한 합의를 법률의 형식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고, 추진체계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헌법개정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다.

현행 헌법에 개헌 절차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헌법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를 하게 돼 있지만, 헌법개정안이 다 만들어진 후에 찬반 투표에 부치는 것만으로는 국민 참여가 제대로 보장됐다고 할 수 없다. 헌법개정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헌의 과정이 사회통합을 이뤄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런 토론의 자리는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오프라인·온라인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지방분권도 개헌의 중요한 의제인 것을 생각하면, 대도시만이 아니라 농촌과 중소도시에서도 토론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의회 방식도 시도될 수 있다.

언제까지 헌법개정안을 작성한다는 시한도 못 박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책임 있게 추진될 수 있다. 이번 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추진해야 한다.

또한 헌법개정과 맞물려 있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다당제 국회 구조를 전제하고 권력 구조를 논의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은 이런 헌법개정의 일정과 절차, 그리고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각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큰 그림에 관한 것인데, 단순하게 임기나 중임 여부만 거론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통합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강화하며, 당면한 위기와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국가 시스템 개혁의 비전이다. 그런 총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만 대선 후보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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