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우원식 의장 제안에 이 대표가 직접 답하라” 압박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밝힌 조기 대선일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시행 제안에 힘을 실으며 대선 의제를 개헌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우 의장이 대선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같이 치르자고 제안한 것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 개헌특위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준비해왔다.
권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목도해 왔다”며 “대통령 1인에게 국정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서 협치는 실종되고 정치가 진영 대결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야당이 등장해서 입법·예산·인사 전반을 통제하고 여소야대 구조가 고착화되면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황제가 된다”며 “대통령의 권한만큼이나 국회의 권한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당에서는 구체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박민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은 언제나 권력의 독점을 원하는 유력 정치인의 반대에 가로막혀 왔다”며 “우 의장의 개헌 제안에 이 대표가 직접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중진인 성일종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국가 대개조로 가는 길”이라며 “민주당과 이 대표가 결단해달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 의장의 신속 개헌 제안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번 대선에 권력구조 개편을 꼭 하고 부족한 내용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2차로 개헌을 하자”고 밝혔다.
대선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권력구조 개편에 선을 그은 이 대표를 “시대교체를 반대하는 ‘호헌세력’”으로 규정하며 “의회독재에 제왕적 대통령 권력까지 휘둘러보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권력구조 개편을 담은 개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물론 한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주요 주자들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까지 내걸며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조기 대선 화두를 국민의힘에 불리한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민의힘이 적극적인 개헌으로 바꾸고, 이 대표에게 호헌세력 이미지를 덧씌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