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공하는 안보·경제적 ‘글로벌 공공재’ 비용을 충당하려면 세계 각국이 관세를 “보복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가 주장했다.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때 쓰이는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이라는 논리를 관세에도 적용해 압박한 것이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 나와 “미국이 안보 우산과 달러·국채·준비자산이라는 쌍둥이 글로벌 공공재를 계속해서 제공하려면 세계적 차원에서 부담 분담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지정학적, 재정적 우산에서 이득을 보고 싶다면 공정한 몫을 내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부담 분담의 예로 △보복하지 않고 미국의 관세를 수용해 재정 수입에 기여 △미국에 시장 개방 및 수입 확대 △국방 분야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미국 내 투자 및 공장 건설 △국채 직접 구매 등을 제시했다. 공공재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워 다른 나라들을 압박해 미국 재정이나 제조업 기반 확충을 꾀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그는 이와 같은 부담 분담 확대가 “공정함은 물론 타당성을 위해서 필수적이다”라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안보와 교역 시스템을 보존하고 회복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란 의장은 관세 협상에 임하려는 각국 정부가 “미국이 환영할 만한 내용을 담은 제안을 가지고 접근하기를 권한다”며 “행정부와 대통령은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시장 접근 확대를 원한다고 분명히 밝혀 왔다. 대통령은 미국 수출품에 대한 장벽 제거를 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백악관의 전화가 계속 울리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란 의장은 논란을 일으킨 상호관세율 산정법도 적극 옹호했다. 그는 “비상사태 선포가 무역적자와 관련해 이뤄졌기 때문에 관세율 계산에 무역적자가 깊이 관여되는 것”이라며 “무역적자 조정을 위해 이런 접근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말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국과의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단순히 나눈 값을 기반으로 관세율을 도출한 것을 두고 대다수 경제학자는 주먹구구식 계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이 미국이라는 최대 시장에 수출할 수밖에 없는 것과 달리 미국은 대체 옵션이 많기 때문에 “관세 비용은 해당국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미란 의장은 지난해 11월 펴낸 ‘글로벌 무역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가이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강달러 해소를 위해 관세를 활용해 무역 상대국을 압박할 것을 주장해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설계자로도 불린다. 달러 약세로 미국 무역수지와 부채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마러라고 합의’도 제안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드슨연구소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