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봄철 수요 증가 등 영향으로 계란 한 판 소매가격이 한달 새 15% 가량 뛰며 7000원에 육박했다. 계란 가격 상승으로 계란을 원료로 하는빵·과자 등 가공식품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8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 한 판(특란 30개) 소비자가격은 6919원으로, 지난달 7일(6020원) 대비 14.9% 올랐다. 같은 기간 산지가격은 4530원에서 5308원으로 17.2%, 도매가격은 5002원에서 5663원으로 13.2% 각각 상승했다.

이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 영향이 크다. 이날까지 2024∼2025년 유행기 전국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22건으로, 약 440만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됐다. 고병원성 AI는 통상 10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에 주로 발생하는데, 올해는 3월 들어서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3월 이후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9건으로, 212만마리(예방적 살처분 포함)가 살처분됐다. 이는 전국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7750여만마리)의 2.74%에 해당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3년과 지난해의 경우 3월 이후에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철새 북상 시기가 늦어지면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절적 요인도 계란 가격을 끌어올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상 산란계 농가에서는 고병원성 AI 방역 조치가 해제되는 3월에 산란 능력이 감소하는 생후 80주 이상의 노계를 도축하고 어린 산란계를 입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과정에서 계란 생산이 감소하면 산지와 도매,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각급 학교 개학에 따른 급식 개시, 대형마트 중심의 할인행사 등 봄철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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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가격 상승은 제빵과 제과 등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4.2%)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식품·외식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최근 판매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계란 가공품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판매가격 인상 품목과 인상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식품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